LIFE

드디어 내일! 한 눈에 보는 프리즈 & 키아프의 결정적 포인트

어김없이 아트로 물드는 9월의 서울. 프리즈, 키아프의 관전 포인트 한 눈에 보기.

프로필 by 천일홍 2026.09.01

Frieze Seoul 2026


① 국내외 주요 갤러리 출품작

방대한 전시장에서 방황하지 않고 프리즈를 200% 즐길 수 있는 가장 쉽고도 확실한 선택은 믿고 보는 갤러리의 부스를 찾는 것. PKM 갤러리부터 국제갤러리, 갤러리바톤까지 갤러리 디렉터들이 직접 추천한 작품을 먼저 만나보자.


갤러리바톤

갤러리바톤은 그들의 갤러리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조명해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가능성과 서로 다른 조형 언어가 공존하는 장을 선보인다. 과거의 개념 미술과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작품을 특유의 시선으로 비틀어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조나단 몽크를 비롯해 자연 풍경을 서정적이지만 형이상학적인 공간으로 재해석하는 빈우혁 작가의 회화, 유이치 히라코의 시그너처 캐릭터 ‘Tree Man’이 등장하는 2023년 작품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색채의 팔레트를 펼쳐낼 예정. by 임미정 디렉터

Bin Woo Hyuk(Korean, b. 1981) Am Fluss vor dem Koepenicker Atelier, 2026

Bin Woo Hyuk(Korean, b. 1981) Am Fluss vor dem Koepenicker Atelier, 2026

Yuichi Jonathan Monk(British, b. 1969) Covered Motorbike II, 2018

Yuichi Jonathan Monk(British, b. 1969) Covered Motorbike II, 2018


PKM 갤러리

이 작품은 윤형근이라는 이름을 가장 선명하게 설명하는 장면 중 하나다. 리넨이 아닌 코튼 위로 번져나간 안료는 한층 부드럽고 깊게 스며들며, 울트라 머린 블루와 엄버가 경계 없이 겹쳐져 특유의 색감을 만들어낸다. 푸른 듯하면서 갈색빛을 띠고, 갈색인 듯 다시 미묘한 푸른빛을 내는 윤형근 회화의 가장 매혹적인 순간을 담은 작품이다. by 정윤호 디렉터

Yun Hyeong-keun, Blue-Umber, 1976, Oil on cotton, 100x80.4cm, ©Yun Seong-ryeol. Courtesy of PKM Gallery

Yun Hyeong-keun, Blue-Umber, 1976, Oil on cotton, 100x80.4cm, ©Yun Seong-ryeol. Courtesy of PKM Gallery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올해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지만, 그중에서도 갈라 포라스-김의 작업에 주목한다. 문화유산과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제도적 관행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갈라 포라스-김은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내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협업 프로젝트로 응용미술 파빌리온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8월 25일에 열리는 제5회 제주비엔날레 참여도 앞둔 전도 유망한 작가다. 문화유산의 전통적 분류 체계를 벗어나 독자적인 범주를 구축하는 갈라 포라스-김의 작품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by 정호정 어시스턴트 디렉터

16 Volcanoes, 2026, Graphite on paper, Image size: 213.4x182.9cm/Frame size: 214.6x184.2x5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16 Volcanoes, 2026, Graphite on paper, Image size: 213.4x182.9cm/Frame size: 214.6x184.2x5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② 프리즈 서울 2026의 신규 섹션, 머터리얼 프랙티스

PYUN Yaerin_The Form of Disappearance #5_55x50xd32cm_Stoneware, porcelain, stains, rock components, glaze_2026

PYUN Yaerin_The Form of Disappearance #5_55x50xd32cm_Stoneware, porcelain, stains, rock components, glaze_2026

독립 큐레이터 조혜영은 올해 동시대 순수 미술과 조형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조명하는 ‘머터리얼 프랙티스 섹션’을 새롭게 선보인다. 한국의 오랜 수작업과 장인 정신에서 영감을 받은 두 작품이 출품되는데, 재료 고유의 성질에 집중하면서 작가의 시선에서 독창적으로 해석한 작품이 관람객을 찾는다. 이를 통해 오늘날 아트 컬렉팅 시장의 지형이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③ 판을 키워 돌아온, 디자인마이애미 서울 2026

지난해 서울에서 첫선을 보인 디자인마이애미가 한결 진화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다. 작년이 한국 디자인을 세계에 소개하는 장이었다면, 올해는 세계 디자인이 서울로 모여 전시를 개최하고 담론과 국제 교류를 아우르는 글로벌 행사로 확대 개최되는 것. 한국과 아시아 디자인을 조명하는 큐레이션 전시와 아시아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컬렉터블 디자인의 트렌드에 대해 담론을 나누는 디자인 세미나까지 동시대 디자인을 폭넓게 조망할 예정이다.



④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 2026 수상자, 야광

올해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의 수상자는 김태리와 전인으로 구성된 시각예술 듀오 야광이 선정됐다. 신체와 공간을 매개로 젠더, 노동 등의 사회적 구조를 탐구해온 그들은 조각, 영상,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변화무쌍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프리즈 서울 2026에서 최초 공개되는 신작 커미션 <파사드 존>(2026)은 기존의 아트 페어 부스의 가벽을 해체해, 목재 골조 구조로 재구성한 설치 작업이다. 또한 한국 불화에 나타나는 도상 속 의복과 장식에서 착안한 조각 작업 역시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 그들이 남긴 이 말을 통해 신작의 힌트를 얻어보길! “<파사드 존>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불안정한 속성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풍경을 만들고자 한 작업입니다.”



⑤ 프리즈 하우스, 거대한 숲이 되다

Tanabe Chikuunsai IV, STAND (in situ at Ninomaru Palace, Nijo Castle, Kyoto), 2021, , Courtesy of Yumekoubou Gallery (Photo by Pedro M. Shimura)

Tanabe Chikuunsai IV, STAND (in situ at Ninomaru Palace, Nijo Castle, Kyoto), 2021, , Courtesy of Yumekoubou Gallery (Photo by Pedro M. Shimura)

프리즈 하우스 서울은 8월 27일부터 9월 19일까지 일본 갤러리 유메코보의 다나베 치쿤사이 4세 개인전 <비가시의 숲(INVISIBLE FOREST)>과 뉴욕 폴라 쿠퍼 갤러리 그룹전 <숲·대지·초원(WOODS LANDS MEADOWS)>을 동시에 선보인다. 먼저 생명의 순환과 관계의 그물망을 탐구하는 다나베 치쿤사이 4세는 약 7000개의 대나무를 활용해 프리즈 하우스 서울 내부를 하나의 거대한 숲으로 변모시킨다. 대나무와 흙으로 제작한 조각 연작과 신작 대규모 설치 작품을 통해 자연의 순환을 탐구한다. 한편 솔 르윗, 한스 하케, 마크 디 수베로, 세실리 브라운 등 현대미술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숲·대지·초원>은 동시대 작가들이 자연과 도시의 풍경을 어떻게 바라보고, 예술 안에서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조명한다.



⑥ 프리즈 기간 도심에서 만나는 전시

Marina Rheingantz Pipa 2026 Oil on canvas 230 x 340 cm 90 1/2 x 133 3/4 in. © Marina Rheingantz. Photo © White Cube (Theo Christelis).

Marina Rheingantz Pipa 2026 Oil on canvas 230 x 340 cm 90 1/2 x 133 3/4 in. © Marina Rheingantz. Photo © White Cube (Theo Christelis).

프리즈 전시장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전시까지 즐겨야 아트 위크를 만끽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세계적인 작가의 개인전부터 첫 미디어 작가전까지 볼거리가 상당하다. 먼저 푸투라서울은 공연, 설치, 건축, 공공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에스 데블린의 국내 첫 개인전 <세 번째 시: 에스 데블린, 다시 집으로>를 선보인다. 런던 올림픽 폐막식, 슈퍼볼 하프타임 쇼 등 그의 주요 작업을 푸투라서울 공간에 새롭게 구성해 극강의 공간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화이트 큐브는 브라질 회화 작가, 마리나 라인간츠의 작품을 소개한다. 국내 첫 개인전이기도 한 <편린(Miope)>은 브라질의 자연환경과 작가의 파편적인 기억을 투영한 특유의 추상 작품들을 선보인다. 또한 지난 1년간 상파울루에서 완성한 신작 역시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한편 서울시 최초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 서서울미술관에선 첫 미디어 작가전 <김희천 : 두더지들>도 개최된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국립현대미술관(MMCA) 소장 작가 김희천의 게임 엔진 기반 신작 <레몬>과 생성형 AI 영상 작품 <말린>을 최초로 만나볼 수 있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아트 위크를 더욱 밀도 있게 채우는 전시들이 궁금하다면, 세부 스케줄을 꼼꼼히 챙겨보자.




Kiaf Seoul 2026


① 키아프의 리브랜딩

올해로 스물다섯 번째를 맞이하는 키아프 서울 2026은 새로운 변화를 꾀한다. 개최 이래 처음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를 선임해 브랜드 경쟁력과 전시 전반의 완성도, 관람 경험의 차별화에 승부수를 띄우는 것. 정구호는 키아프의 전반적인 브랜딩과 키아프의 특별전 기획을 맡게 된다. 그는 전반적인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강화해 키아프의 브랜딩을 보다 선명하게 정립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 예고했는데, 과연 어떤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만나게 될까?



② Kiaf HIGHLIGHTS 10인의 작가

키아프의 큰 축을 이루는 프로그램이라면, 단연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참여 작가를 조명하고 지원하는 하이라이츠가 있다. 올해 ‘키아프 하이라이츠’는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가지고 10년 이상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작가를 조명하는 데 집중한다. 또한 갤러리 부스 내 별도 ‘in-booth’ 전시 공간을 구성해 관람객과 컬렉터의 감상 경험을 한층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회화,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와 시각언어를 선보이는 10인의 작가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한눈에 살펴보길 바란다.

1 고사리 @갤러리신라 인간과 자연의 관계 회복을 따뜻한 시선으로 탐구하는 작가. 초사람_ 풀, 마끈 가변 크기, 2021-2026 2 이재삼 @갤러리 그림손 어둠 속 풍경을 목탄으로 담아내는 풍광화를 구축해왔다. 고요한 분위기 속 시대가 간과하는 풍경을 포착한다. 달빛 MOONSCAPE, 227x910(cm), Charcoal on Canvas, 2016 3 임현정 @아뜰리에 아키 상상 속 공간을 비현실적이고 동화적인 풍경으로 재해석하는 임현정 작가는 즉흥성과 무의식을 따르는 ‘직관적 드로잉’ 작품을 선보인다. Bryce Point 4 이채영 @선화랑 모두가 떠난 것 같은 황량한 공간, 그 속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과 정서의 층위를 담는 작가. 살아지다, 사라지다 116.8x116.8cm, 한지에 먹, 혼합 재료 2024 5 조경재 @갤러리 팔조 사진을 기반으로 공간, 오브제, 신체의 관계를 탐구한다. 설치와 퍼포먼스로 작업 영역을 확장해 곤강 속 감각과 경험을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Hole, 2024, 4x5 large-format transparency film, drum scan, inkjet print on Epson Enhanced Matte Paper, 150x120cm 6 임노식 @아라리오 갤러리 유년기부터 현재,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과 자연의 서사를 병치해 특유의 몽환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한다. 형제 – 풍경 27 Brother - Landscape 27, 2025,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90x105cm 7 지근욱 @학고재 직관적인 평면 추상을 기반으로 일정한 규칙이 만드는 질서에 대해 탐구하는 작가. Space Engine - Quarter 006~009, 2025, Colored pencil, acrylic and UV pint on canvas, Dimensions variable(approx. 224.5x220cm) 8 자비 솔라 @Opera Gallery 스페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거리의 시선과 일상의 장면을 생동감 있게 포착해낸다. BAPTISM 130x162cm acrylic on canvas 2026 9 매튜 스톤 @CHOI & CHOI Gallery 3D 모델링과 AI 기반 이미지 등을 활용한 회화, 사진 등 다양한 미디어 작품을 통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연구한다. Matthew Stone, Human Behaviour, 2026, Oil on linen, 120x150cm 10 유이 스즈키 @mizusai 회화와 도자 조형 작업을 이어오는 유이 스즈키는 두 경계를 넘나들며 다층적 현실을 시각화한다. Backyard Utsutsu_Oil paint_h1000xw803mm / Garden_ceramic_580 555_2026



③ 미술과 음악의 만남, Kiaf Classic

키아프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특별한 경험, 바로 아트와 음악이 결합된 클래식 음악 공연 프로그램 ‘키아프 클래식’이다. 미술과 음악의 접점을 넓히고, 고차원 예술 경험의 장을 만드는 키아프 클래식은 올해 키아프의 주제 ‘공존(Coexistence)’과도 그 결을 함께하는 이벤트기도. 무엇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 <Kiaf Classic: Resonance of Coexistence with Seong-Jin Cho>가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트와 클래식 음악 러버들의 이목이 한껏 몰리는 중. 눈으로는 미술을, 귀로는 조성진의 음악을 감상하는 이 황홀한 호사를 절대 놓치지 말 것.



④ 인간과 기술의 공존을 탐색하는 특별전

이환권, 정류장 Bus Stop, installation variable, mix material, 2005

이환권, 정류장 Bus Stop, installation variable, mix material, 2005

올해 키아프는 2개의 특별전을 선보인다. 먼저 <HUMAL>은 AI와 알고리즘이 우리의 일상에 깊게 파고드는 이 시대에 인간의 본능과 생명력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인간(human)’과 ‘동물(animal)’을 결합해 만든 전시 제목처럼 이성과 본능이 충돌하고 공명하는 인간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들로 채워진다. 이어 <HUMAL>을 증강현실로 확장해 구현하는 전시 <VIRTUAL VITAL>을 통해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페어장 곳곳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사유하게 하는 전시라니! 지금 가장 필요한, 진보된 전시가 아닐까?



⑤ COSMO PICK!

키아프 서울에서 주목해야 할 2명의 여성 작가, 박연경 & 엘레나 구알과의 인터뷰

박연경

박연경

Elena Gual

Elena Gual


박연경

still life_ykp_100x80cm

still life_ykp_100x80cm

먼저 올해 키아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해달라.

주요 시리즈인 <Still Life>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작업은 이른 새벽에 마주했던 빛에서 시작됐다. 아주 짧은 순간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새벽의 비처럼, 붙잡고 싶지만 지나가버리는 순간의 감정을 색으로 담고자 했다. 찰나였기에 더욱 선명하게 남는 빛과 그 순간의 여운을 표현했다.


주로 기억과 감정의 흔적을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남겨진 흔적에 매료된 이유는?

처음 꽃을 그리는 작업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이 꽃을 사고 시들면 바로 버리는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한때 누군가에게 기쁨을 준 존재가 너무 쉽게 사라지는 모습이 내겐 아프게 느껴졌던 것 같다. 비록 꽃이 시들어 사라지더라도 함께했던 기억과 공기, 감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 순간을 화면 안에 남기고 싶었다. 결국 내게 흔적을 남기는 행위란 단순히 무언가를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존재했던 순간을 기억하는 방식과도 같다. 사라지는 관계와 감정,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기억과 애도를 담고 싶다.


지금은 선명하고 또렷한 기록이 중요한 시대다. SNS에선 짧고 강렬한 형태의 콘텐츠가 넘쳐나기도 한다. 당신에게 흐릿해지는 순간의 기억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흐릿하고 모호한 이미지를 바라볼 때 오히려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정답이 정해진 이미지보다 여백이 있는 이미지 앞에서 각자의 기억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흐릿한 시선 속에서 잠시 멈춰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 회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작가의 영혼과 감정을 담아내는 과정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회화는 한 사람이 오랜 시간 고민하고 느끼며, 만들어낸 흔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회화 작품을 통해 관람자가 작업자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매우 진실한 매체이자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Elena Gual

Elena Gual, Devotion, Oil and acrylic on canvas, 90x70cm

Elena Gual, Devotion, Oil and acrylic on canvas, 90x70cm

올해 키아프 서울에서 어떤 작품을 소개할 예정인가?

새로운 연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시리즈엔 그동안 작품에 등장해왔던 여성의 초상과 더불어 도자기 그릇, 꽃, 자연의 요소 역시 중심적인 주체로 등장한다. 이것들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기억과 유산을 상징하는 존재다. 이전 세대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물려받았고, 무엇을 보존하기로 선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신의 작품에서 여성은 언제나 주요한 화자이자 소재가 된다. 여성을 주요한 페르소나로 삼는 이유는?

무한한 감정과 상징을 품고 있는 여성의 존재에 언제나 끌렸기 때문이다. 나에게 여성은 강인함과 섬세함 사이에 놀라운 균형을 지닌 존재다.


팔레트나이프만으로 여성의 초상을 그리는 표현법도 인상적이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먼저 포착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특정한 인물을 묘사하기보다 그 인물이 지닌 존재감을 표현하고자 한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면 그 사람이 지금 삶의 어떤 순간을 통과하고 있을지를 떠올려본다. 같은 얼굴이라도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완성될 수 있을 테니까. 팔레트나이프는 내가 본능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구와도 같다. 따라서 모든 디테일을 구체적으로 그리기보단 몸짓과 질감, 빛을 통해 감정적인 인상을 포착하고자 한다.


작품 속의 여성들은 강인해 보이기도, 때때로 슬픔을 간직한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흥미로운 감상이다. 하지만 나는 의식적으로 슬픔을 그리진 않는다. 작품 속 여성들이 슬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특정한 감정보다 오히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건 그들이 지닌 내면이다. 이를테면 차분하고,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고요함’ 같은 것 말이다. 내게 고요함이란 다양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금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여성이 있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여성!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섬세함과 강인함을 지닌 여성들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요즘은 전통적인 기술이나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지금에 맞게 재해석하고 이어가려는 여성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결국 내가 하는 작업이 남기는 질문이란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남는가? 우리는 무엇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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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천일홍
  • 사진 갤러리·프리즈 서울·키아프 서울
  • 아트 디자이너 김지원
  • 디지털 디자이너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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