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패션을 바꾼 12인의 여성 디자이너는? 샤넬부터 스텔라 매카트니까지 100년의 기록

세상을 흔든 패션계 레전드 여성 디자이너들의 기록

프로필 by 김소연 2025.09.05

1. 1920s Coco Chanel

코코 샤넬은 LBD(리틀 블랙 드레스)와 트위드 슈트를 선보이며 현대 여성복의 기초를 다졌다. 몸을 조이는 코르셋과 바닥에 질질 끌리는 불편한 긴 스커트 대신, 활동성을 유지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즐길 수 있게 한 것. 당시 상복에 쓰이던 블랙 컬러를 일상복으로 가져온 점 역시 혁명적이었다. LBD는 곧 여성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샤넬 슈트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 반경과 역할이 확장됐음을 상징했다.



2. 1930s Madeleine Vionnet

패션 학도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바이어스 컷. 바로 마들렌 비오네의 위대한 유산이다. 원단을 직각이 아닌 사선으로 재단하는 방법으로, 이 혁신적인 기법은 여성의 신체 곡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유려한 실루엣을 만들어냈다. 그의 드레스는 착용감이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흐름을 보여줬고, 기존의 직선형 패턴과 코르셋 중심 의복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디자인을 가능케 했다.



3. 1930-40s Elsa Schiaparelli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디자이너.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랍스터 드레스는 오늘날까지 쿠튀르 하우스를 상징하는 모티브로 런웨이에 등장한다. 이 외에도 금속이나 플라스틱 같은 소재를 대담하게 사용하는가 하면, 이름처럼 과감한 ‘쇼킹 핑크’, 하이힐 모양 모자 등은 옷이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4. 1960s Mary Quant

런던 킹스로드에서 시작된 메리 퀀트의 부티크는 젊음과 반항의 상징이 되었다. 무릎 위로 과감히 잘린 미니스커트는 이미 파리에서 시도되고 있었지만(앙드레 쿠레주가 1964 S/S 오트 쿠튀르를 통해 미니스커트를 처음 선보였다) 퀀트는 이를 거리의 옷으로, 대중의 옷으로 만든 주역이었다. 그 한 뼘 차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자유와 해방, 개성의 선언이었다.



5. 1970-80s Vivienne Westwood

1981년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데뷔 무대인 파일럿 쇼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전설적인 컬렉션으로, 요즘 트렌드인 해적코어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케이트 모스가 사랑했던 파일럿 부츠도 이때 디자인한 아이템. 1987년 공개한 해리스 트위드 컬렉션에선 코르셋을 구속이 아닌 힘과 관능의 상징으로 재해석하며 전통 복식의 틀을 깨뜨렸고, 202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패션을 통해 인권과 환경, 자유와 평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6. 1980-90s Rei Kawakubo

아방가르드 패션의 대모라 불리는 레이 가와쿠보는 꼼 데 가르송을 통해 안티패션을 제시하며 옷의 전통적 정의를 뒤흔들었다. ‘몸은 아름답게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비대칭과 해체, 과장되고 기형적인 실루엣 등으로 전혀 새로운 미학을 제시했다. 불완전해도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오늘날까지 가와쿠보의 패션 실험은 계속되는 중.



7. 1990-00s Donatella Versace

1997년 친오빠 지아니 베르사체가 피살된 비극 이후,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베르사체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제2 황금기의 시작이었다. 그는 강인하면서도 섹시한 여성상을 강조하며 하우스를 화려하게 부흥시켰고, 런웨이에 카리스마와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또한 디자이너를 넘어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하며 젊은 세대와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했다.



8. 1990-00s Miuccia Prada

남녀 불문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프라다 나일론 백은 1984년 출시 당시 럭셔리 개념을 뒤흔든 아이템이었다. 실용적이고 편안한 소재로도 ‘럭셔리’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 미우치아 프라다는 1996 S/S 컬렉션을 통해 당시 패션계가 ‘못생겼다’며 외면했던 미디스커트와 청키 힐 로퍼의 매치, 베이비돌 톱과 보드쇼츠의 충돌, 지금까지 갑론을박인 양말과 샌들 등을 선보이며 ‘어글리 시크’를 탄생시켰다.



9. 2010s Maria Grazia Chiuri

디올 최초의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후 첫 쇼인 2017 S/S 컬렉션에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티셔츠에 담았다.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책 제목을 담은 것으로, 티셔츠는 발레리나에서 영감을 얻은 룩과 함께 매치되며 강인하면서도 섬세한 내면을 동시에 지닌 디올 여성을 그렸다.



10. 2010s Phoebe Philo

현대 여성들이 가장 입고 싶은 옷을 짓는 피비 필로가 셀린느에서 보여준 것은 과시적이지 않은 힘이다. 불필요한 장식 없이도 우아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담아내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 직장인 여성 등의 현실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옷들을 디자인했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전하며 현대 여성복의 기준을 새로 썼고,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전개하며 조용한 럭셔리를 이어가고 있다.



11. 2010s Stella McCartney

“I’m a vegan, b***h!” 스텔라 맥카트니 2016 F/W 쇼장에 울려 퍼진 가사다. 지속 가능한 패션을 이끄는 스텔라 맥카트니는 포도나 버섯 균사체에서 배양한 비건 가죽, 옥수수 섬유로 만든 인조 모피 등 식물성 소재를 사용해 윤리적 패션의 가능성을 열었다. 브랜드 론칭 이래 지금까지 지속 가능한 패션을 실천하는 중이다.



12. 2020s Chemena Kamali

2년 전 셰미나 카말리가 끌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취임하자마자 선보인 첫 컬렉션은 ‘보호시크’ 열풍을 일으키며 단숨에 패션계를 사로잡았다. 카말리 특유의 자유롭고 낭만적인 여성상은 많은 여성을 사랑에 빠지게 했고, 피날레에는 아들이 깜짝 등장해 ‘맘 파워’를 전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여성 디자이너들의 궤적을 따라 앞으로 패션사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기대된다.

Credit

  • Editor 김소연
  • Photo by BRAND
  • IMAXtree.com
  • GETTY IMAGES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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