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까르띠에, 샤넬, 불가리 워치 신제품 리뷰

워치스&원더스 제네바 2025 후기 모음

프로필 by 서지현 2025.05.02

Highly Complicated

1 VACHERON CONSTANTIN 2 JAEGER-LeCOULTRE 3 ROGER DUBUIS

1 VACHERON CONSTANTIN 2 JAEGER-LeCOULTRE 3 ROGER DUBUIS

다운사이징, 스틸 소재 사용 등 엔트리 라인업의 확장으로 그간 다량의 입문자를 확보한 메종들은 최정상 장인의 기술을 요하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앞다퉈 공개하며 마음껏 기량을 뽐냈다. 먼저 바쉐론 콘스탄틴은 8년간의 개발, 13개의 특허 출원 끝에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종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미닛 리피터, 여러 도시의 시간대를 보여주는 월드타임 등 어려운 기능을 ‘컴플리케이션’이라 부르는데, 무려 41가지 컴플리케이션을 손목시계에 집약했다. 여기엔 태양의 위치나 높이 등을 나타내는 5가지 천문학적 기능도 포함됐다. 한편 ‘소형화된 악기’라 평가 받는 미닛 리피터 기술의 대가인 예거 르쿨트르는 ‘리베르소 트리뷰트 미닛 리피터’를 소개했다. 차임(종소리) 음질을 향상하고, 시간을 알려주는 소리 사이의 무음 구간을 제거하는 등 7가지 특허를 통합한 마스터피스다. 로저드뷔의 워치메이커들은 ‘엑스칼리버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공개했다. 매월 다른 말일과 윤년을 계산해 2100년까지, 그리고 그 후로 100년간 수동 조작할 필요 없는 퍼페추얼 캘린더를 고안했고, 이를 바이-레트로그레이드 디스플레이로 표현했다. 반원형의 디스크를 따라 핸즈가 움직이고, 주기가 끝나면 다시 처음 자리로 점핑하는 이 동작은 창립자 로저 드뷔가 1980년대에 공동으로 취득한 특허기도 하다.


The New Look

1 CHANEL 2 BVLGARI

1 CHANEL 2 BVLGARI

WWG25에서 가장 설렌 순간은 전에 없던 ‘신상’의 등장을 목도했을 때다. 특히 남성 워치의 소형화가 아닌, 여성을 위해 고안한 뉴룩들이 돋보였다. 샤넬의 아이코닉 워치인 J12는 블랙, 화이트에 이어 블루 컬러를 추가했다. 블랙에 가까운 톤과 매트 질감이 돋보이는 ‘J12 BLEU’는 총 9가지로 구성했고, 모델에 따라 블루 사파이어 세팅을 더해 오묘한 컬러의 매력을 부각시켰다. 피아제는 화려한 1960년대 스타일을 기리는 ‘식스티’를 론칭했다.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둥근 사다리꼴 형태의 ‘트라페즈’ 케이스가 특징으로, 정교하게 조각한 브레이슬릿의 링크와 함께 손목에 부드럽게 밀착하는 매력이 돋보였다. 불가리는 편리한 폴딩 버클 시스템을 갖춘 ‘에테르나’를 선보였다. 사실적인 뱀의 묘사 대신 간결한 실루엣과 다이아몬드로 힘을 준 새로운 세르펜티 주얼리 워치의 탄생이었다.

PIAGET

PIAGET


A Set Above

1 HUBLOT 2 CHANEL

1 HUBLOT 2 CHANEL

하나로는 부족한 컬렉터들을 위한 세트도 등장했다. 대표작인 빅뱅 컬렉션 론칭 20주년을 기념해 위블로는 사파이어 모델 5개를 한 세트로 모은 ‘마스터 오브 사파이어’를 공개했다. 투명한 사파이어에 균일하고 명확하게 조색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화학적 도전이자 위블로의 전매특허기도 한데, 각기 다른 시기에 선보인 컬러들에 MECA-10 칼리버를 장착해 소장 가치를 더한다. 그뿐만 아니라 하이 컴플리케이션 사파이어 5개를 한데 모은 유니크 피스 세트도 등장했다. 한편 샤넬은 5개가 하나일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J12 드리핑 아트 박스’ 워치를 소개했다. J12의 세라믹 다이얼 위에 핑크빛 매니큐어를 쏟은 듯한 느낌은 그랑 푀 에나멜 기법으로 완성했다. 이 과정은 200시간의 연구를 거쳤고, 네일 컬러 패턴을 래커 처리한 박스 세팅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Time Illustrated

1 MONTBLANC 2 HERMÈS

1 MONTBLANC 2 HERMÈS

붓을 든 장인은 워치메이킹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에나멜링, 래커 등 고도의 예술적 감각을 요하는 미적 기법을 적용한 케이스 디자인도 WWG25를 빛냈다. 실크 스카프 속 말을 옮긴 듯한 에르메스의 ‘아쏘 로카바 드 리르’ 워치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 중 하나. 미니어처 페인터가 여러 번 덧입히고 굽기를 반복하며 완성한 이 말의 ‘킥’은 푸셔를 누르면 등장하는 ‘메롱’ 모션이다. 나아가 몽블랑은 거의 사진 같은 빈슨산의 모습을 케이스백에 새겼다. 티타늄으로 형태를 만들고, 레이저로 양각 및 질감을 새긴 뒤 산화 처리해 실감나는 색상을 구현한 ‘1858 지오스피어 제로 옥시전 마운트 빈슨 리미티드 에디션’이 그 주인공이다.


Born To Race

1 IWC SCHAFFHAUSEN 2 TAG HEUER

1 IWC SCHAFFHAUSEN 2 TAG HEUER

행사가 열린 컨벤션 센터인 팔렉스포는 워치 신제품은 기본, 메종의 청사진을 뽐내는 부스 디스플레이의 각축장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모터사이클 레이싱과 인연이 깊은 브랜드의 부스에선 레이서들이 실제로 몰았고 영화에도 등장한 포뮬러1 자동차까지 전시해 귀한 광경을 자아냈다. 관련 신제품도 빼놓을 수 없다. F1의 공식 타임키퍼로 부활한 태그호이어는 누구보다 레이싱에 진심이었다. 특히 1986년 선보인 포뮬러1 컬렉션에 9가지 라인업을 추가해 마니아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레드, 옐로, 그린 등 역동적이고 신선한 컬러를 매치해 뉴 제너레이션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여름 개봉을 앞둔 애플 오리지널 필름 <F1®>과의 파트너십을 기념하는 IWC 역시 여러 레이싱 모티브 제품을 출시했다. 그중 리부트와 함께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인 ‘인제니어’ 컬렉션에 추가한 그린 다이얼 스페셜 에디션은 영화 속 주인공을 맡은 브래드 피트가 착용한 시계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한정 수량 제작했다.


Tank à Guichet

1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쉐 워치 200개 리미티드 에디션. 2 2 핑크 골드 버전의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쉐 워치.

1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쉐 워치 200개 리미티드 에디션. 2 2 핑크 골드 버전의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쉐 워치.

메종의 전설적인 타임피스 중 하나를 재해석해 선보이는 프리베 컬렉션. ‘또노, 탱크 노말, 똑뛰’에 이어 아홉 번째 순서인 올해 주인공은 ‘탱크 아 기쉐’다. 1928년 처음 선보인 탱크 아 기쉐는 한 세기라는 장대한 히스토리를 지닌 탱크 컬렉션 중에서도 가장 기발하다고 손꼽히는 모델이다. 다이얼을 과감히 숨기고 케이스에 창문처럼 난 작은 구멍 사이로 인덱스를 투영한 디자인을 보자면 그 독특함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내연기관의 발달과 함께 빠른 속도가 일상이 된 당시, 시간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바늘을 없애고 2개의 창을 통해 시와 분을 노출해 얼핏 디지털 시계처럼 연출한 이 모델은 컴플리케이션을 처음 탑재한 워치로도 알려져 있다. 이후 탱크 아 기쉐는 창의 형태, 샤프트와 케이스의 통합, 크라운의 위치, 소재 등을 달리하며 1930년대와 1997년 여러 버전으로 등장한 바 있으며, 프리베 컬렉션을 통해 귀환했다. 이번 모델은 점핑 아워와 드래깅 미닛 기능을 갖춘 핸드 와인딩 9755 MC 무브먼트로 구동한다. 디자인의 핵심인 케이스는 새틴 피니싱 처리했고, 이는 폴리싱 처리한 수평 샤프트와 질감의 대조를 이뤄 실루엣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1928년 오리지널 디자인을 재해석해 12시와 6시 방향에 각각 시와 분 창을 배치한 모델은 옐로 골드, 핑크 골드 및 플래티넘 버전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하나 더, 창의 위치를 10시와 4시 방향으로 변경한 두 번째 모델은 200개 한정 제작했다. 플래티넘 소재를 채택한 이 리미티드 에디션은 풍부한 창의성과 미학적 혁신이 절정을 이룬 1930년대를 기념한다.


Tressage

1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를 세팅한 트레사쥬 워치. 2 대담한 볼륨의 트레사쥬 워치 옐로 골드 모델.

1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를 세팅한 트레사쥬 워치. 2 대담한 볼륨의 트레사쥬 워치 옐로 골드 모델.

워치스 & 원더스 제네바 2025(이하 ‘WWG25’)에서 처음 공개한 ‘트레사쥬’ 워치는 워치메이커이자 타고난 주얼러 메종으로서 까르띠에의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한몫했다. 골드&다이아몬드 트위스트가 스트랩과 다이얼을 따라 대칭으로 이어지는 대담한 디자인은 전에 본 적 없는 조각 작품을 보는 듯하다. 곡선과 직선의 반복, 매끈한 골드와 파베 세팅의 질감이 이루는 낯선 조화는 까르띠에의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전설적 디자이너인 쟌느 투상의 유산을 계승한 것. 총 4가지 모델 중 옐로 골드 모델은 볼드한 트위스트와 블랙 다이얼 및 스트랩의 대조로 조형적 아름다움을 뽐낸다. 화이트 골드 트위스트에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를 그러데이션으로 연출한 모델은 크기가 다른 다이아몬드를 빼곡히 세팅해 겹겹이 눈이 쌓인 듯 표현한 스노 세팅 다이얼과 만나 황홀한 광채를 선사한다.


Tank Louis Cartier

1, 2 사이즈가 커진 탱크 루이 까르띠에 워치의 옐로 골드와 핑크 골드 모델.

1, 2 사이즈가 커진 탱크 루이 까르띠에 워치의 옐로 골드와 핑크 골드 모델.

탱크의 첫 스케치가 등장한 건 1917년이다. 케이스에 끼워 맞춘 듯 간결하게 이어지는 스트랩, 평행 샤프트, 3시 방향의 와인딩 크라운이라는 심플하고도 위대한 아이디어는 메종의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쉰다. 이 진화의 계보엔 ‘탱크 상트레·쉬누와즈·아시메트리크·아메리칸·프랑세즈’, 그리고 ‘탱크 루이 까르띠에’가 있었다.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오리지널 탱크의 후속작으로 1922년 탄생했는데, 기존보다 길쭉해진 케이스, 끝을 둥글린 샤프트, 부드럽게 다듬은 직사각 형태가 특징이다. 레일 트랙, 로마숫자 인덱스, 푸른 검 모양의 스틸 핸즈, 다양한 스톤 세팅 크라운은 100년이 넘는 시간을 거치며 탱크의 고유한 디자인 코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WWG25에선 그 잘생긴 얼굴을 더 크고 또렷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오토매틱 와인딩 무브먼트인 1899 MC를 적용해 전작의 라인과 비율은 유지하면서 케이스 크기를 한층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38.1×27.75mm 버전은 옐로 골드와 핑크 골드 2가지 케이스로 선보인다.


PanthÈRe Jewelry Watch

팬더와 시계 다이얼이 마주 보는 팬더 주얼리 워치.

팬더와 시계 다이얼이 마주 보는 팬더 주얼리 워치.

양 끝의 모티브를 마주 보게 배치해 주로 주얼리 영역에서 쓰이는 투아 에 무아 세팅을 접목한 팬더 주얼리 워치. 주얼리 메이킹에 230시간이라는 공을 들인 이 워치의 한쪽엔 당장이라도 뛰어오를 듯 생동감 넘치는 팬더가, 다른 한쪽엔 섬세한 시계가 자리해 비범한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좀 더 들여다보면 팬더의 귀와 코 디테일, 근육과 발바닥의 정교함에 놀라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건 화이트 골드 모델에 사용한 ‘퍼 세팅’ 기법이다. 메탈을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랗게 접어 오닉스 주위에 세공해 팬더의 패턴이 털 속에 가려진 듯 표현한 까르띠에의 시그너처 노하우다. 그뿐만 아니라 파베 및 스노 세팅의 각기 다른 질감은 다이아몬드가 전체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줘 뱅글의 입체적인 구조와 형형한 광채를 극대화한다.


Panthère de Cartier

1 추상적인 애니멀 패턴을 가미한 팬더 드 까르띠에 워치. 2 세미 파베 세팅 버전의 팬더 드 까르띠에 워치.

1 추상적인 애니멀 패턴을 가미한 팬더 드 까르띠에 워치. 2 세미 파베 세팅 버전의 팬더 드 까르띠에 워치.

이름 그대로 메종의 영물을 표현한 팬더 워치는 더 많은 동물들과 만났다. 시계를 넘어 창의적인 주얼리로의 모습을 상상하며 다이얼과 브레이슬릿 전체에 동물 그래픽을 장식한 것. 얼룩말, 호랑이, 팬더의 모습을 모두 띤 추상적 패턴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스톤과 기법을 사용했다. 복잡한 다이아몬드 세팅 사이로 정교하게 칠하고 구운 래커는 메티에 다르 아틀리에에서 수작업으로 완성했고, 팬더 워치의 상징인 유연한 브레이슬릿의 링크 하나하나마다 다이아몬드와 오렌지&옐로 스페사르타이트를 세팅해 수려한 패턴을 수놓았다. 이 주얼 워치는 완성에만 110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이 밖에도 세미 파베 다이아몬드 세팅으로 장식성을 극대화한 ‘팬더 드 까르띠에’ 워치는 골드 컬러와 사이즈에 따라 4가지 모델로 출시했다.

Credit

  • Editor 서지현
  • Photo By Brand / ©Cartier
  • Cooperation Cartier
  • Art Designer 변은지
  • Digital Designe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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