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멋진 워크 재킷 룩이 대거 등장했다. 워크 재킷의 매력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블루진의 상의 버전이에요.” 노동자의 옷으로 태어나 오늘날 쿠튀르 런웨이에 오를 만큼 눈부신 신분 상승을 이룬 아이템이자 소재마저 비슷하지 않은가. 그 어떤 아이템도 손쉽게 드레스다운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 작업장의 두꺼운 철문을 열고 세상에 우뚝 선 워크 재킷은 오늘날 피트니스 센터(헤일리 비버처럼!)에서 오피스에 이르는, 여자의 모든 순간과 함께할 수 있는 전천후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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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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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F/W Calvin Klein 205W39NYC
워크 재킷.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재킷은 본래 노동자들이 일할 때 입는 작업복이었다. 19세기 프랑스 산업혁명 당시 탄생한 워크 재킷은 노동자들의 몸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두터운 코튼 패브릭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공구와 같은 여러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큼직한 주머니가 더해졌다. 처음엔 오염이 돼도 티가 잘 나지 않는 블랙 컬러를 많이 이용했는데, 이후 값비싼 원료 탓에 귀족들만 즐길 수 있던 블루 컬러가 합성 염료로 개발돼 수많은 노동자가 블루 컬러의 재킷(막스마라의 재킷과 같은!)을 선택했다. 오늘날 프렌치 워크 재킷을 상징하는 컬러가 블루가 된 것과 현장 노동자를 뜻하는 단어가 ‘블루 칼라’가 된 근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1900년대에 미국으로 넘어간 워크 재킷은 오늘날 대표적인 워크 재킷 브랜드 칼하트에 의해 크게 유행했다. 미국에선 프랑스에서 즐겨 이용된 프러시안 블루가 아닌 블루 데님 컬러와 베이지 컬러가 사랑받았고, 군인들의 유니폼으로도 워크 재킷이 활용되며 카키 컬러로도 제작되기 시작했다. 1950년대에 들어 제임스 딘, 밥 딜런과 같은 반항미 가득한 아이콘들이 영화나 무대에 입고 등장해, 그들을 추종하는 젊은 남성들이 워크 재킷에 매료되며 노동자의 옷에서 대중의 옷으로 진화하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촬영된, 로렌 바콜 같은 맨스웨어를 즐긴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워크 재킷 사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하이패션엔 언제 처음 등장했을까? 1968년, 무슈 이브 생로랑은 아프리카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사하린느 컬렉션을 발표했다. 이때 사파리 재킷에서 영감을 받은 유틸리티 재킷(이번 시즌 생 로랑 컬렉션의 모티브가 된)을 선보였는데, 이것이 바로 워크 재킷의 런웨이 데뷔라 할 수 있다. 이후 랄프 로렌과 같은 클래식 캐주얼 룩을 전개하는 디자이너들에 의해 꾸준히 재생된 워크 재킷은 1990년대 들어 스트리트 패션의 붐과 함께 젊은 세대의 전 지구적 사랑을 받게 된다. 헬무트 랭의 뒤를 이어 라프 시몬스까지, 스트리트 감성을 런웨이 위에 끌어들인 선구적 디자이너들이 워크 재킷을 재해석한 아우터들을 선보이면서 하이패션계에도 안착했다. 에디터의 기억 속에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런웨이 모멘트는 바로 라프 시몬스가 디자인한 2018 F/W 시즌의 캘빈클라인 컬렉션이다. 노동자의 작업복을 복각한 듯한 워크 재킷을 포멀한 아이템과 믹스매치한 의상들 말이다. 그렇다면 워크 재킷을 상징하는 패션 아이콘들은 누가 있을까? 가장 먼저 케이트 모스를 들 수 있다. 그는 카키 컬러의 워크 재킷을 애정했는데,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참석했을 때 보여준 그의 룩들은 지금 봐도 당장 카피하고 싶을 정도다. 또 다른 페스티벌 러버이자 쿨 걸 알렉사 청도 빼놓을 수 없다. 영국의 대표적 워크 재킷 브랜드 바버와 협업 컬렉션을 론칭할 정도로 그의 워크 재킷 사랑은 유별나다. 매니시 룩의 대가 에마뉘엘 알트 역시 워크 재킷 스타일링의 한 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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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THE 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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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cci
Max Mara
Saint Laurent
Ferragamo
이번 시즌의 워크 재킷은 우아함을 수혈받았다. 디자이너들은 워크 재킷의 터프하고 매니시한 매력은 유지한 채 보다 고급스럽게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베스트 워크 재킷이라 말할 수 있는 프라다의 룩을 살펴보자.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파워 숄더가 장착된 오버사이즈로 매니시한 멋을 가득 품고 있는 워크 재킷에 센슈얼한 시스루 스커트를 매치해 터프함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룩을 완성했다. 구찌와 생 로랑의 재킷도 훌륭하다. 구찌의 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는 아슬한 매력의 레이스 슬립 드레스 위에 오버사이즈 워크 재킷을 툭 걸친 드레싱으로 여심을 흔들었고, 생 로랑의 안토니 바카렐로는 앞서 말한 무슈 이브 생로랑의 사하린느 재킷을 재해석해 여성 파일럿을 향한 헌사를 써나갔다. 1940년대 여성 농업인들의 워크웨어에서 영감을 얻은 막스마라의 룩과 막시밀리언 데이비스가 디자인한 페라가모의 워크 재킷 셋업 룩은 오피스 우먼을 위한 좋은 제안이 되겠다. 보다 독특한 디자인의 워크 재킷을 찾고 있다면 사카이와 매기 마릴린을 주목하자. 브랜드 론칭부터 꾸준히 워크웨어 스타일을 디자인에 응용해온 디자이너 아베 치토세는 이번 시즌 칼하트와 협업해 턱시도 재킷이 패치워크된 유니크한 디자인의 워크 재킷을 선보였다. 워크 재킷의 투박함에 도전을 망설여왔다면 플로럴 패턴이 그려진 매기 마릴린의 플로럴 패턴 재킷은 어떨까? 워크 재킷 위에 미니스커트를 레이어링한 스타일링마저 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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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W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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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ai
Maggie Marilyn
Hailey Bieber
운동을 마치고 거리에 나선 헤일리 비버의 룩이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바로 워크 재킷 때문이었다. 레깅스 쇼츠에 툭 걸친 오버사이즈 워크 재킷은 그가 즐겨 입던 레더 재킷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블루진처럼 그 어떤 스타일과도 멋진 매치를 이루는 워크 재킷은 헤일리 비버처럼 캐주얼하게 드레스다운해도, 피비 필로의 셀린느 데뷔 컬렉션에서 볼 수 있는 워크 재킷 스커트 슈트처럼 포멀하게 드레스업해도 좋다. 한마디로 워크 재킷은 이번 시즌 옷차림의 분위기를 180도 바꿔주는 마법의 아이템이다. 넉넉한 실루엣을 지닌 만큼 여유롭고도 당당한 애티튜드만 견지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