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코어 끝, 클라우드 댄서 시작? 올해 패션이 이 컬러를 선택한 이유
과한 자극과 디지털 피로에 지친 2026년, 팬톤 컬러 ‘클라우드 댄서’가 조용히 떠오르고 있다. 디올·끌로에·질샌더 등 런웨이에서 포착된 이 컬러는 유행보다 회복과 균형을 말한다. 왜 지금 이 백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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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감정을 대신 말해주고, 속도와 효율이 미덕인 시대에 사람들은 오히려 조용한 장면에 오래 머문다.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의 한 장면, 여백이 넉넉한 소설의 문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순간이 주는 안도감 같은 것들. 요즘 우리가 반복해 찾는 이 고요함은 하나의 취향이라기보다 과도한 자극에 지쳐 스스로를 회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에 가깝다. 팬톤이 2026년의 컬러로 ‘클라우드 댄서(Cloud Dancer)’를 선택한 이유도 이 흐름에 맞닿아 있다.
클라우드 댄서는 미묘한 미색이 감도는 부드러운 톤으로 시선을 편안하게 머물게 한다. 절제와 균형이 하나의 가치로 떠오른 지금, 우리가 현재 필요로 하는 안정과 회복의 정서를 차분하게 전파한다. 팬톤은 “디지털 기기 사용과 정보 소비가 늘어난 환경에서 시각적 피로를 덜어주는 차분한 색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기조는 2026 S/S 컬렉션 전반에서도 확인된다. “이게 정말 트렌드 컬러라고?” 할 정도로 밋밋함을 넘어 때로는 존재감마저 미미한 색이 런웨이에 대거 등장했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패션은 과감한 색의 조합과 대담한 디자인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계속해서 이야기하기 바빴으니까. 각 하우스는 클라우드 댄서를 저마다 다르게 해석했지만 공통적으로 향한 지점은 분명하다. 디올과 끌로에는 케이프처럼 상체를 넓게 덮은 톱, 풍성한 플리츠스커트 등을 선보이며 하늘하늘한 실루엣 위에 클라우드 댄서를 입혀 마치 구름이 몸을 감싸는 듯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질샌더와 톰포드는 보다 정제된 방식으로 다뤘다. 군더더기 없는 테일러링과 구조적인 선 위에 놓인 클라우드 댄서는 장식적인 역할을 하기보다 옷의 균형을 지탱한다. 보테가 베네타도 장식을 제거한 드레스를 앞세웠다. 밑단의 러플 디테일을 제외하면 설명할 것이 없을 만큼 단순하다. 샤넬 또한 미니멀한 드레스와 셋업을 줄이어 화려하고 요란한 장면이 아닌 안정적인 흐름을 만들었다.
바비코어, 블록코어, 고프코어 등 각종 ‘코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백과 슈즈 등 여기저기를 꾸미는 현상까지 최근 우리는 끊임없는 도파민에 길들여졌다. 무엇을 입는지보다 얼마나 유행에 민감한지 드러내는 게 중요해진 지금, 패션은 쉬지 않고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한다. 이 과잉의 흐름 한가운데서 클라우드 댄서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 넘쳐나는 정보와 디지털 피로가 쌓인 환경 속에서 아무 말 없이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그래서 클라우드 댄서는 트렌드 컬러보다 하나의 상태에 가깝다. 경쟁이나 선택을 재촉하지 않고 긴장을 풀어주는 여유로움. 예쁘거나 우아해서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닌 숨을 고르고 재정비할 시간을 주는 것. 구름처럼 가볍지만 공허하지 않은 이 백색의 춤이 올해의 컬러로 머무는 시간만큼은 도파민에서 벗어나 잠시 몸을 기댈 수 있는 쉼터가 되기를.
Credit
- 에디터 김성재
- 사진 IMAXtree.com(런웨이)/ BRAND(제품)
- 아트디자이너 장석영
- 디지털 디자이너 장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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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