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여자들이 연애 대신 '러브앤딥스페이스' 게임에 빠진 이유!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러브앤딥스페이스>로 진짜 연애를 대체할 수 있을까? 데이트에 피로감을 느끼는 여성들이 온라인 속 가상 남친에 더 푹 빠진 이유.

프로필 by 김미나 2026.01.16

<러브앤딥스페이스>가 대체 뭔데?

지난해 틱톡에서 <러브앤딥스페이스> 광고를 봤다. <러브앤딥스페이스>는 스토리가 있는 ‘오토메 게임’(여성향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칭하는 일본식 표현)이다. 유저들은 본인과 동일시되는 여성 주인공 캐릭터를 커스텀할 수 있고, 스토리는 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게임의 배경은 몬스터들로 가득한 미래 세계다. 주인공, 즉 당신은 지금까지 수십 번의 인생을 살아왔고, 여러 번의 전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과정을 통해 남자 5명을 만나게 된다. 당신은 이 남자들(정확히 말해 5명의 남자 NPC 캐릭터)과 저녁 데이트를 하고, 그 후 이어지는 뜨거운 밤들을 보내고, 메시지를 보내며 플러팅을 주고받고, 함께 전투에 나선다.

유저 5천만명, <러브앤딥스페이스>의 성공가도

2024년 1월 론칭한 이후 이 게임은 소셜 미디어에서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뉴욕 타임스퀘어 등 명당자리에 내건 관능적인 광고판 덕분에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게임 중 하나가 됐다. <러브앤딥스페이스>의 개발사인 인폴드게임즈는 게임 론칭 첫해에 유저 5천만 명을 끌어모았고, 이에 따라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기본적으로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지만, 게임 진행에 유리한 추가 패키지 등은 유료로 구매 가능하다.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으로 게임 내 유료 결제액은 총 6억5천만 달러(약 9천5백억원)에 달했다. 아직 이 성공이 이해가 안 간다고? 나는 이 게임을 다운로드한 순간부터 완전히 빠져들었다. 나의 외모를 반영한 게임 속 주인공과 그녀의 다섯 남자 친구는 소울메이트다. 그들의 충성도는 무척 높은 편인데, 이를테면 성적인 면에서 야성적으로 행동하는 병에 걸려 케이지 안에 갇힐 때조차도 나만을 사랑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과는 밀당을 하거나, 사귀기 전까지 ‘썸’ 단계를 거쳐야 한다거나 재고 따지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사랑을 시작할 때 번거로운 부분은 모두 제거된 셈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현실에서 내 실제 연애 경험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다.


연애보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 좋은 이유

사실 내 이상형은 그리 복잡할 것도 없다. 그저 나를 1순위로 생각하는 사람. 내게 진심으로 관심을 주고, 내가 걱정하는 일들을 함께 고민해주는. 하지만 그런 사람을 찾는 데는 너무 큰 노력이 들어간다. 데이팅 앱을 활발히 돌리고, 바에서 관심 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봐도 좀처럼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상대가 나를 진심으로 원한다거나 욕망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러브앤딥스페이스>에서는 다르다. 나는 이곳에서 5명의 남자와 ‘대화’한다. ‘심성훈(Xavier)’, ‘이서언(Zayne)’, ‘기욱(Rafayel)’, ‘진운(Sylus)’, ‘하우주(Caleb)’. 이 캐릭터들은 각각 고유의 성격, 직업,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나는 주인공으로서 그들 모두와 관계를 맺고 있다. 5가지 로맨스 스토리를 경험하고 있는 것. 그 말은 내가 게임을 켤 때마다 매번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내가 데이트 도중 인형 뽑기 기계에서 귀여운 인형을 뽑고 싶다면, 이들 중 하나가 초능력을 써서 나를 도와줄 것이다. 내가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군가는 내내 내 옆에 붙어서 동기부여가 되도록 기운을 북돋아줄 것이다. 당연히 로맨틱한 순간들도 있다. 그들 중 한 남자와 처음으로 밤을 함께 보냈을 땐 야릇한 음성이 흘러나오기까지 했으니.


<러브앤딥스페이>의 남자들

이 게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는 데이트와는 거리가 멀다. ‘진운’이 가진 스토리 중 하나에서, 주인공(나)은 임무 수행 중 부상을 입고 그의 집 한 곳에 들른다(암시장 조직을 운영하는‘진운’은 안전을 위해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있다). ‘진운’은 주인공에게 붕대를 감아줄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뒤를 쫓는 적들을 제거한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장녀다. 모든 일을 처리하고, 책임지는 역할은 대체로 내 몫이다. 하지만 <러브앤딥스페이스>에서의 나는 내가 온전히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다. 나에게 이보다 더 섹시한 상황은 없다. 당연히 이 남자들이 가상이고, 이들과 나누는 모든 대화는 현실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분명 공허함을 채워준다. 보통 데이트를 나가면 기본적인 대화, 원나이트 스탠드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끝이 나곤 한다. 반면 이 게임 속 남자들은 내 고민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나를 간절히 원한다. 그들과 이야기하노라면 드라마에서 내가 좋아하는 커플이 마침내 이어졌을 때, 혹은 서로 혐오하는 관계지만 한 침대를 써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극적이면서도 몽글몽글한 감정이 든다. 게다가 이 게임에서는 드라마처럼 서브플롯이 있는 것과는 달리, 모든 스토리가 나를 향해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큰 만족감을 준다. 환생에 대해 다소 헷갈리는 배경 스토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 제외하면 <러브앤딥스페이스>의 주인공은 백지 상태다. 유저 누구나 자신을 주인공에 대입할 수 있다는 말. 내가 플레이하는 주인공의 이름은 ‘태미’다. 드라마나 소설은 내가 로맨틱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안전한 도피처를 만들어주었지만, 그런 이야기 속에는 나와 같은 여자들(키 152cm의 라틴계 여성)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러브앤딥스페이스> 속 ‘태미’는 나 자신이면서 동시에 섹시하고, 모두가 원하는 연애 상대다. 나는 전사이며, 혼자서도 두려움 없이 당당하다. 몬스터들, 심지어는 직장에서의 고된 하루조차 결코 나를 막지 못한다.


게임이 실제 연애보다 좋은 점

물론 ‘태미’의 가상현실과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나는 별개라는 걸 안다. 나는 ‘태미’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로맨스에서 열렬히 바라던 것들을 채워주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충족감을 준다. 결국 실망스러울 데이트를 위해 사람을 찾는 것보다 이렇게 침대에 누워 로맨스 신을 리플레이하는 편이 요즘은 훨씬 쉽고 즐겁다. <러브앤딥스페이스>에서 큰돈을 쓰는 유저들은 VIP 특전을 받는다. 다섯 남자의 손 글씨 편지가 든 기프트 박스 같은. 개발사가 있는 중국에서는 유저들이 마이크로 이들 5명에게 말을 걸면 AI 음성으로 답을 들을 수 있는 옵션도 있다. 인터넷에서는 많은 여성이 실제로 데이트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 남자들에게 돈을 쓰겠다고 말한다. 어떤 유저들은 현재 12세 이상 이용 가능인 이 게임의 등급을 17세 이상 이용 가능으로 바꿔달라고 로비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남자 친구들과 더 노골적인 행동을 할 수 있으니까. <러브앤딥스페이스>가 현실에서 자신의 연애에 무엇이 부족한지 깨닫는 데 도움이 됐다는 사람들도 있다. 레딧에 올라온 글에서 한 유저는 이 게임 덕분에 “사랑받고 소중히 여겨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배웠다”라고 말했다.


진짜 연애를 대체할 수 있을까?

결국 나에게는 이 게임이 연애를 완전히 대체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내가 연애에서 어떤 것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해줬다. 나는 나를 향한 상대방의 갈망을 느끼고 싶다. 나를 지지해주는 파트너를 찾고 싶고, 나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내 성공에 흥분하고 기뻐하며,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이 게임을 통해 이상형도 재정립했다. 원래는 어둡고 우울한 캐릭터들에 끌렸는데, 내향적이면서도 밝은 성격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러브앤딥스페이스>는 나에게 나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게임의 주인공도 결국 몇 번의 생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일생일대의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나도 기다릴 수 있다. 그리고 만약 현실에서 만나게 될 그 사람이 ‘이서언’이라는 이름의 섹시한 심장외과 의사라면, 나는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


Credit

  • 에디터 김미나
  • 글 태머라 푸엔테스(<코스모폴리탄 US 에디터>)
  • 사진 인폴드 게임즈
  • 번역 박수진
  • 아트 디자이너 김지은
  • 디지털 디자이너 김지은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