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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젠지들은 커피 대신 차를 마신다? 지금 술 대신 우롱티가 핫한 이유

커피 대신 말차를, 술 대신 우롱티를 마신다. 지금 젠지들이 차를 사랑하는 방법.

프로필 by 천일홍 2026.01.23
1 간편하게 잎차를 우려 마실 수 있는 맥파이앤타이거 티 머그 2만7천5백원. 2 고소하고 은은한 달콤함이 향과 맛으로 느껴지는 티 머그 이른 봄 쑥차, 2만원(30g).

1 간편하게 잎차를 우려 마실 수 있는 맥파이앤타이거 티 머그 2만7천5백원. 2 고소하고 은은한 달콤함이 향과 맛으로 느껴지는 티 머그 이른 봄 쑥차, 2만원(30g).

불과 한 달 전, <코스모폴리탄>이 선정한 ‘2025년 우리가 사랑한 물건들’ 기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말차를 기억하는지. 어쩐지 말차는 2025년의 지나간 산물이 아닌, 2026년에도 그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지점은 말차 트렌드의 행태가 변화한 과정이다. 틱톡과 각종 쇼츠로 시작한 ‘말차코어’는 그린 컬러에 맞춘 패션이나 네일 등으로 스스로를 꾸미거나, 길 위에 말차를 쏟은 인증샷 ‘Matcha Spill’ 챌린지로 “나 일상에서도 말차를 이렇게 힙하게 마셔!”를 온몸으로 내뿜었다. 그동안 힙하고 취향 좋은 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말차가 이용됐다면, 이제 젠지들에게 말차는 자기 돌봄의 상징이 된 거다. 캡슐 하나를 커피 메이커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손쉽고 빠르게 내려지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말차 가루에 온수를 넣고 천천히 거품을 내어 스스로에게 차를 내려주는 행위. 젠지들은 별안간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느림의 미학을 경험하며 아마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됐을 것이다. 오늘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속에서 내가 어떤 기쁨과 슬픔을 느꼈는지 자각하며 스스로와 마주해보는 미지의 세상을. “요즘은 뭐든 다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지거나, 변화하는 속도도 엄청 빨라졌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 ‘빠름’에 젠지들은 신물이 났다고 느껴져요. 급변하는 세상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집에 돌아와 천천히 차를 우리고, 격불하며 그 속에서 위안을 찾는 거죠.” 부쩍 차에 관심이 생겼다는 후배의 전언이다. “차 상품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걸 보고 말차 트렌드가 진짜 가까이에 와 있다는 걸 느꼈어요. 뭐가 저렇게 난리일까 싶어 저도 격불 키트를 따라 사봤어요. 처음엔 거품 내기도 꽤 어려웠는데 저도 모르게 격불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점점 실력이 나아지는 것 같을 땐 왠지 모를 성취감도 몰려오고요.” 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마케터로 근무하는 A에게 말차 트렌드에 대해 묻자, 일과 삶에서 모두 말차의 인기를 느끼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말차가 우리의 일상에 얼마큼 깊숙이 스며들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차 업계에 있는 이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차 브랜드 ‘아사시’의 배재희 디렉터는 말한다. “커피에 집중됐던 관심이 점차 베리에이션 음료로 확장됐듯이 차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웰니스 트렌드와 내면을 돌아보려는 흐름,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관심이 더해지면서 차가 가진 본연의 호흡과 여백이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격불’이라는 행위 자체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말차를 마시기 전, 가루를 풀고 거품을 내는 과정은 단순한 준비 과정을 넘어 하나의 리듬이 됩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시기 전부터 이미 ‘차’를 경험하는 시간이 시작되는 셈이죠. 이것은 빠른 소비보다는 ‘의식적인 행위’를 원하는 현재의 흐름과 잘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말차가 ‘차’에 입문하는 ‘입덕 요정’의 역할을 해주었다면, 이제 차 문화는 다양한 차 종류로 진화에 한창이다. 말차의 뒤를 따라 새롭게 젠지의 관심을 받는 건 다름 아닌 우롱티. 우롱티는 중국과 대만에서 주로 재배되는 차로, 찻잎을 따자마자 열을 가해 산화(발효)를 막는 녹차와 달리, 일부 산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 때문에 녹차는 가볍고 깔끔한 맛이 도드라진다면, 우롱티는 고소한 향부터 꽃 향, 과일 향 등 복합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우롱티의 특성을 반영해 망고, 코코넛 등의 과일을 넣어 티 스무디처럼 마시거나 우롱 밀크티 등 다양한 레시피로 활용되기도. 실제로 ‘헤이티’와 ‘차백도’에 이어 대만의 우롱차 전문 브랜드 ‘더정 우롱티프로젝트’가 얼마 전 서울에 상륙했다. 오픈런은 물론이고 각자의 취향대로 즐기는 레시피를 X와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새로운 티를 맛보는 경험을 놀이 문화처럼 즐기기도 한다. 한편 녹차를 볶아서 만든 또 하나의 변주, 호지차 또한 마니아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원두를 로스팅하듯 강하게 볶아 구운 곡물, 견과류의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 배재희 디렉터 역시 호지차에 주목한다. “호지차는 카페인 부담이 적고, 볶은 찻잎의 향이 주는 따뜻함 덕분에 훨씬 일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차라고 느껴집니다. 단독으로 마시는 것도 좋지만, 우유나 크림 등 다른 재료와의 조합 면에서도 잠재력이 크죠. 아사시에서도 호지차와 새로운 재료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어요.”차가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으면서 재배 농가에도 생기가 생겼다. 국내 차 생산량의 34%를 차지하는 보성은 올해 작년 이월 재고는 물론이고 올해 수확량 또한 전량 판매하는 성과를 올린 것. 각종 편의점과 베이커리 숍,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메뉴만 봐도 느껴질 것이다. 말차 케이크, 말차 도넛 등과 같은 디저트부터 RTD 음료, 말차 하이볼과 맥주까지 말차가 가미된 제품이 매일같이 늘어나고 있으니까. 말차의 스펙트럼은 과연 어디까지 확대될까, 그저 흥미롭기만 하다. 트렌드라서가 아니라 차 본연의 맛과 풍미를, 나아가 차 문화를 더 잘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국 차 니치 브랜드 ‘오므오트’의 김혜진 대표는 말한다. “차는 원물마다 가진 본질, 특성이 뚜렷해요. 다양한 차를 경험해보면서 내 기호에 맞는 차를 찾아가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라요.” 작은 찻잎이 선사하는 오감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 단순하지만 이 확실한 미식이 결국 젠지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 아닐까? 천천히 우러나오는 차의 순리는 결국 지금 젠지가 차를 사랑하는 방법과 똑 닮아 있다.



서울에서 차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


아사시

동양과 서양의 요소를 넘나들며 차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공간. 낮에는 티 카페로, 저녁에는 티 베이스의 칵테일을 선보이는 바로 운영한다. 볶은 차 향과 크리미한 질감이 묘한 마리아주를 완성하는 ‘참기름 호지차 크림 라떼’, 도토리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토리 판나코타’는 꼭 맛보아야 하는 메뉴.

ADD 중구 을지로 130-1 401호


오므오트

‘On My Own Time(온전한 나만의 시간)’, ‘Out of Many, Our Tea(많은 차 중에 우리 차)’라는 뜻의 한국 차 니치 티 브랜드. 한국의 전통 차 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티 세리머니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24절기, 화폐 등 한국적인 주제로 5가지의 차와 페어링 다식, 다과가 제공되는 코스가 4개월마다 달라진다.

ADD 성동구 서울숲2길 12 지하 1층


맥파이앤타이거

언제든 차를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차의 시간을 추구하는 티룸. 맥파이앤타이거의 차와 베리에이션 음료, 그리고 쑥 티라미수, 호지차 마들렌 등 향 그윽한 원물 재료로 만든 티 푸드를 함께 즐길 수 있다. 팔각 모양의 바 위에서 주문한 차를 직접 내려주는 모습을 보며 ‘차 멍’에 빠져봐도 좋겠다.

ADD 성동구 성수이로 97 5층

Credit

  • Editor 천일홍
  • photo by 김래영
  • Art designer 김지은
  • Digital designer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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