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패션은 먹는다? 푸드과 협업한 패션 브랜드 리스트

밈으로 시작해 진짜 명품 가방이 된 토마토 클러치 가격미정 Loewe.

1 미니 백 1백만원대 Moschino. 3 데님 숄더백 3백73만원

모카 무스, 마차 그린, 코코넛 화이트, 버터 옐로. 먹는 대신 들기 좋은 요즘 패션 하우스들의 가방 컬러명이다. 달콤하고 고소한, 새콤하고 쌉싸름한 음식들을 향해 패션계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익히 알다시피 패션과 음식의 협업은 단순히 네이밍에 그치지 않는다. 브랜드 이름을 들으면 햄버거 드레스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모스키노나, 과자 봉투 클러치를 내놓은 발렌시아가 등 음식은 럭셔리 하우스의 ‘범접 불가’ 이미지에 대중적이고 익숙한 유머를 부여해왔다. 발렌티노를 맡은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2025 프리폴 컬렉션 전반에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의 색채를 지우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덧씌우는 데 동물과 과일 모티브를 활용하기도. 루이 비통×무라카미 다카시 컬렉션의 마지막 챕터 역시 체리를 대대적으로 사용하며 2005년 처음 출시된 원작의 향수를 불러옴과 함께 Y2K 팝아트 감성을 고조시켰다. 보테가 베네타와 자크뮈스는 우아한 분위기에 한 끗 유연함을 얹을 때 딸기, 버터, 바나나 등 여러 음식을 자주 믹스한다. 사실 패션계가 음식 모티브를 차용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지금은 음식도 예뻐야 사랑받는 ‘푸드 힙’의 시대. 패션과 음식의 만남이 오래갈 광풍임은, 그 시작점이 지금인 것은 분명하다. 오마카세는 먹는 공연처럼, 애프터눈 티 세트는 향긋한 전시처럼 향유한다. 캐릭터를 등에 업은 디저트들은 마치 액세서리처럼 소비된다. 베이글 하나에 한 시간쯤 기꺼이 줄을 서고, 헤일리 비버가 마셔서 유명한 한 식료품점의 스무디는 LA 여행 시 꼭 맛봐야 하는 메뉴가 됐다. 이처럼 요즘 세대에게 음식은 예뻐야 살 만하고, 공유돼 유명해지는 존재다. 잘나가는 패션 브랜드에 적용되는 ‘인스타그래머블’ 공식이 음식에도 똑같이 통하는 셈이다. 경험과 감성의 소비를 중시하는 시대에 맥을 같이하는 둘은 먹는 재미와 보는 재미, 공유하는 재미를 다 갖춘 메가콘텐츠로 거듭났다. 그리하여 우리는 구찌와 루이 비통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폴로와 키츠네, 티파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프라다와 마르니 젤라토 스탠드에서 디저트를 즐긴다. 2024년 6월 X의 한 유저가 “이 토마토는 설명할 수 없지만 ‘로에베 같다’(So Loewe)”라는 캡션과 함께 기괴하게 생긴 토마토 사진을 올렸다. 당시 로에베 CD인 조나단 앤더슨은 재빨리 “로에베 밈이 현실이 됐다(Loewe meme to reality)”라는 코멘트와 함께 ‘짤’을 똑 닮은 클러치를 인스타그램에 선보였고, 진짜 제품이 되어 곧바로 출시됐다. 공예의 대가답게 빨간 껍질의 주름과 굴곡은 가죽으로 정교하게 살리고, 꼭지는 고급스러운 금속 클로저로 변신시킨 채! 장난처럼 시작된 밈 하나가 장인의 손을 거쳐 진짜 옷과 가방이 되는 시대. 우스꽝스러운 토마토를 진지하게 들게 되는 지금 이 경험이야말로 소셜 미디어를 향유하는 세대가 열광하는 ‘맛있는 콘텐츠’다. 유쾌하고, 입고 싶고, 무엇보다 자랑하고 싶은. 패션과 음식의 협업은 상할 틈도, 물릴 틈도 없다.

2 멀티 파우치 가격미정 Bottega Veneta. 4 비키니 세트 1백33만원 Valentino. 5 백 참 1백 11만원 Fendi. 6 칩스 백 2백74만5천원 Balenciaga. 7 팔찌 74만원 Louis Vuitton. 8 백 참 가격미정 Fendi. 9 미니 백 1백만원대 Mosch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