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로고 플레이는 촌스럽다? 조용한 럭셔리 VS 하이퍼 브랜딩의 로고
LOGO or NO-GO? 드러낼 것인가, 감출 것인가. 로고 그 진화의 끝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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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ALENCIAGA 2025 S/S 2 LOUIS VUITTON 2017 F/W 3 DIOR 2025 S/S 4 올림픽 메달리스트 다이앤 딕슨을 위해 제작한 재킷 1989. DAPPER DAN. 5 VETEMENTS 2025 S/S 6 CHANEL 2022 S/S
한때 로고 플레이는 패션업계에서 생존 공식과도 같았다. 멀리서 봐도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을 만큼 큼지막한 로고가 스웨트셔츠 중앙에 자리했고, 아이템을 막론하고 모노그램 패턴으로 도배하기도 했다. ‘패알못’일지언정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 샤넬의 CC와 구찌의 GG, 루이 비통의 LV, 펜디의 FF 로고는 알파벳만으로 가장 간결하고도 확실한 명함이었고, 이는 곧 입는 사람의 지갑 사정이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었다. 물론 브랜드 충성도와 정체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쉬운 예로 나이키 스우시는 단순한 스포츠 브랜드를 넘어 ‘Just Do It’이란 정신을 상징했고, 이를 착용하는 소비자들도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래 로고란 옷의 안감에 숨어 지내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브랜드의 ‘인증 마크’ 역할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표현하고 과시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먼저 대퍼 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뉴욕 할렘에서 루이 비통, 구찌, 펜디의 로고를 활용한 맞춤 옷을 제작하며 부틀렉 문화가 탄생한다. LL 쿨 J, 에릭 B. & 라킴 등 당시 내로라하는 힙합 스타들은 모두 ‘진짜’ 구찌보다 대퍼 댄을 입었다. 대퍼 댄은 명품 브랜드들의 소송으로 인해 결국 폐업했지만 오늘날 스트리트 패션과 럭셔리를 연결한 인물이자 로고 플레이 트렌드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2017년 구찌가 대퍼 댄과 손잡고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1 GUCCI 2018 S/S 2 GUCCI 2025 S/S 3 GUCCIxBALENCIAGA 2021 F/W 4 FENDI BY VERSACE 2022 S/S
1990년대의 트렌드를 이어받아 2000년대 중반까지 로고 사랑은 계속된다. 디올의 오블리크 패턴을 보라. 새들백은 물론이고 비키니까지 온통 로고로 뒤덮었다. 마크 제이콥스는 루이 비통과 스테판 스프라우스의 협업에서 영감을 받아 2008년 광고 캠페인 때 자신의 몸에 로고를 페인팅하기도! 이처럼 힙합과 스트리트 패션은 로고 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쳤고, 2000년대 후반 ‘로고리스 미니멀리즘’의 시대가 오며 로고는 감추기 바쁜 존재가 됐다. 보테가 베네타, 피비 필로의 셀린느, 캘빈클라인 등이 대표적. 참고로 보테가 베네타는 1970년대부터 “당신의 이니셜이면 충분하다”란 철학을 내세우며 모노그램 중심의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전략을 꾀했다. 이후 2010년대에 고샤 루브친스키, 베트멍, 발렌시아가 등이 기존 로고를 재해석하거나 과장되게 활용하는 스타일을 선보이며 때로는 서로의 로고를 패러디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배송 회사 DHL의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를 런웨이에 올려 큰 화제를 모았던 베트멍, 티파니앤코의 클래식한 티파니 블루와 폰트를 그대로 가져와 ‘Jeremy & Co.’로 재해석한 제레미 스콧 등이 그 예다. 한술 더 떠 꼼 데 가르송을 패러디한 ‘꼼데*다운’, ‘호미스(Homies)’, ‘셀린 디온(Céline Dion)’이나 ‘발린(Ballin)’ 등을 기억하는지!
2020년대 들어 더 로우, 로로피아나, 브루넬로 쿠치넬리와 같은 브랜드들이 로고리스 스타일을 선도하며 ‘알 사람만 아는’ 브랜드 트렌드를 주도했다. 그리고 현재는? 드러내되, 은밀하게! 조용한 럭셔리와 최근 드뮤어 트렌드까지 합세해 이전처럼 정면에 빅 로고를 내세우기보단 은은하게 드러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구찌 2025 S/S 컬렉션 속 맥시 트렌치코트엔 같은 컬러로 보일 듯 말 듯 모노그램이 새겨졌고, 화이트 탱크톱은 구찌의 시그너처 컬러 포인트로 로고를 대신했다.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가죽, 버버리의 체크도 같은 맥락. 발렌시아가는 로고를 과감히 덜어내고 특유의 과장된 실루엣과 형태로 승부를 걸었다. 아이코닉한 실루엣만 봐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베트멍이 2025 S/S 컬렉션에서 선보인 방식은 또 다르다. 마치 태그를 안 떼고 입고 나온 것처럼 밖으로 빼 로고를 위트 있게 보여준다. 과거의 과시적 트렌드에서 벗어나 디자인 자체로 가치를 말한다는 점에서 에디터로선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로고는 또 어떻게 진화할까? 조용한 럭셔리와 하이퍼 브랜딩이 공존하는 시대인 만큼, 디자이너들은 드러내는 것과 감추는 것 사이에서 영민하게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다.
Credit
- Editor 김소연
- Photo By imaxtree.com / Getty Images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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