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친구인 둘은 인테리어와 리빙 사업이라는 관심사를 공유했다. 윤혁진은 당시 패션 디자이너인 김다빈이 직접 만든 소파 쿠션을 보고 예사롭지 않은 감각을 느꼈다. 반면 김다빈은 글로벌 반도체 회사의 기술 마케터였던 윤혁진의 ‘씀씀이’에서 동업자로서의 적합성을 판단했다고. “대기업 ‘공돌이’라면 당연히 비싼 외제차를 탈 거란 편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검소한 중고차를 타더라고요. 저희 사업에 중요한 요소였던 사무실의 문짝 한편을 꾸밀 땐 그 차보다 비싼 비용을 과감히 지불하고요. ‘이 사람 돈 쓸 줄 아는구나’ 생각했죠.” 둘은 각자의 커리어를 바탕으로 운영과 크리에이티브 업무 영역을 나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프랭클리 슬리핑’을 시작했다. 다른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만큼 동업의 시너지 효과도 빛났다. 계약이나 채용처럼 중요한 결정을 할 때엔 여러 요소를 다각도로 들여다봤고, 업무가 몰아치는 행사 중엔 잘하는 파트를 척척 나눠 해결했다. “궁극적으로 사업에 대한 최종 목표가 일치해야 해요. 유명세에 기대는 협업이나 당장의 수익이 기대되는 ‘혹하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우리 목표는 그게 아니잖아’라며 마음을 다잡아주는 운명 공동체인 셈이죠.” 이처럼 나이도, 성별도, 일하는 환경도 달랐던 둘이 합을 맞추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때론 다투고, 동업 상담도 받으며 깨달은 건 자신에 대한 확신 그리고 상대에 대한 ‘측은지심’이 필요하다는 것. 자기 의견을 확실하게, 동시에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전달하려면 스스로 어떤 상황에 불편함을 느끼는지 알아차려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감정이 상했을 때 상대의 상처에 공감하고 달래는 것에서 문제 해결을 시작해야 하는 점, 즉 이성적인 태도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따지지 않고 ‘그럴 만했겠지’ 여기는 마음은 사실 깊은 신뢰에 기반한다. “사업의 성장에 따라 파트너 역할은 조금씩 변할 거예요. 그 변화를 고민하고 자기 역할을 다하며 변함없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윤혁진 대표는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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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케이터링 에이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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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터드 스튜디오 백종호 & 백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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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비주얼 업무를 담당하던 회사원 백승화, 그리고 프렌치 레스토랑의 요리사였던 백종호. 그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모든 시절을 함께 보내고, 샌드위치 가게와 와인 바, 지금의 케이터링 에이전시 ‘머스터드 스튜디오’를 운영하기까지 남들이 뛰어넘을 수 없는 긴 시간을 공유한 남매 사이다. 그렇기에 동업에 남다른 ‘케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가령 의견 차이로 불화를 겪을 때면 반나절 대화를 멈췄다가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쪽이 사과한다는, ‘가족이라서 가능한’ 바이브가 분명한 팀이다. “동업자가 누나라서 다행이에요. 결단력 있는 누나 덕에 요리에 집중할 수 있고, 재지 않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거든요.” 가족이 아닌 지인과 동업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말수가 적은 동생 백종호 대표가 덧붙였다. 긴 동업의 역사에서 역할은 늘 분명히 나뉘었다. 콘셉트에 맞게 재료를 담아 동생이 메뉴를 구성하면, 클라이언트 소통과 프레젠테이션은 누나의 몫이다. 소셜 다이닝 이벤트처럼 코스 요리가 실시간으로 펼쳐질 때면 창의적인 동생의 요리와 현실적인 누나의 순발력이 만나 협업의 가치가 빛난다. 매번 다른 고객사에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는 분야인 만큼 미적 감각도 중요하다. 둘은 같은 전시를 봐도 다르게 느끼고, 그만큼 영감이 2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의견이 모아질 때 희열을 느끼고, 결국 이 과정들이 방향성을 완성시킨다고 말한다. 둘은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근태’를 반드시 지켜야 할 동업자의 규칙으로 꼽았다. “가족, 대표라고 해서 빨리 퇴근하는 건 없어요. 저희는 미리 연차를 정하고 공유해요. 업무만큼 휴식에도 정확함이 필요하니까요.” 백승화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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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동료의 패션 홍보 대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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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드컴퍼니 이한울 & 한성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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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브리티와 인플루언서 의상 협찬과 바이럴에 따른 고객사 브랜드 홍보에 기여하는 ‘대행사’는 패션업계에서 없어선 안 될 핵심 업종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긴밀하게 이어주고 업계의 흐름을 만드는 이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들은 99.9%가 ‘업계 출신’일 수밖에 없다. ‘노드컴퍼니’의 두 대표도 마찬가지다. 둘은 업계의 선후배로 알고 지내던 사이. 전 직장인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팀에서 함께 근무하다 ‘다니고 싶은 회사’를 직접 차리는 데 이르렀다. “모두가 수평적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예요. 직급과 연차를 떠나 능력에 따라 기회를 잡고, 시간이 필요한 직원에겐 명령이 아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는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두 대표가 말했다. 9살 터울에 스타일과 성향도 사뭇 다른 둘은 주변의 우려와 달리 서로를 닮았다고 여겨 불안한 적이 없었다고. 5년 차에 접어든 회사를 ‘아직 스타트업’이라 칭하는 이들은 택배 포장부터 행사 진행까지 모든 실무에 직접 뛰어든다. 같은 일을 해왔던 만큼 서로의 역할에 ‘빠삭’하지만, 그런 점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이 정도는 내가 하면 되지’ 싶던 업무들이 쌓이며 소통이 줄고 오해가 생긴 것. 서로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에 기반한 문제였기에 대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무엇보다 한쪽이 지쳤을 때 다른 한쪽이 기운을 북돋아주는 게 동업의 매력이라 꼽았다. 번아웃이 왔을 때 회사를 지켜줄 상대를 믿고 휴식을 취해 재충전한 것, 사무실 이전이 내키지 않아 몇 해 뒤로 미루자는 말에 힘을 보태준 것. 이처럼 분명 작은 것에서부터 쌓여왔을 신뢰가 큰 결정의 든든한 뒷받침이 돼주는 일화들을 들으며 혈연 못지않게 단단하게 결합돼 있는 둘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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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비주얼 콘텐츠 프로젝트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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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이영표 & 프리랜스 에디터 이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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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디터 선후배로 만난 둘은 각자 퇴사 후 스타일리스트와 프리랜스 에디터로 일했다. 같은 필드에서 활동하다가 결혼을 계기로 ‘원팀’이 돼 자연스레 동업하게 된 케이스다.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업무가 많다 보니 점차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된 동료이자 협력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하면 한 명은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을 맡고, 다른 한 명이 세부적인 업무를 진행한다. 이 역할은 겹치기도 하고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가끔 의견 충돌이 생기기도 한다. 프리랜서로서 각자의 업무도 있기 때문에 스케줄을 맞추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다. 동업자이기 전에 부부로서 긴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사소한 문제로 다툼이 생긴 적도 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하고, 때로는 못 들은 척 넘기는 여유를 터득했다고. “공과 사의 균형을 맞추는 법을 배워가고 있달까요? 역할이 겹쳐서 좋은 점도 있어요. 한번은 아내가 촬영 전날 다리를 다쳐 현장을 대신 맡았어요. 익히 알고 있던 업무이기에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죠. 이런 순간이 모여서 동업의 가치를 더욱 명확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이영표 대표의 소회다. 남녀 패션과 모델에 대해 서로 더 전문인 분야가 있기 때문에 팀으로서 콘텐츠를 만들 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무엇보다 부부가 함께 일한다는 건 그 자체로 큰 의지가 된다. 눈을 뜨고 감는 순간까지 24시간 내내 업무 이야기를 해도 불편할 게 없고, 묻지 않아도 서로의 스케줄을 투명하게 알기 때문에 집안 경조사나 휴가 등의 일정을 잡을 때도 좋다고. 둘은 친구를 파트너로 영입, 셋이서 동업해 회사를 차리는 것도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