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로로피아나에 깃든 시대를 초월한 가치

좋은 소재와 품질로 대변하는 로로피아나의 선한 영향력과 진정성.

프로필 by 김성재 2024.05.27
언제부턴가 매년 여름을 앞두고 리넨 셔츠를 구매하는 습관이 생겼다. 작년, 재작년에 입었던 리넨 셔츠가 옷장 한쪽에 자리 잡고 있지만 입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 해 여름만 생각해 구입한 저가의 리넨 셔츠는 쉽게 구김이 생기고, 촉감이 불편했기 때문. 사실 옷의 본질은 자신의 성향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기 전에 편안함을 주는 좋은 소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로로피아나는 오랫동안 이런 점에 집중해왔다. 독보적 노하우, 유행을 타지 않는 우아함, 쾌적한 촉감의 패브릭으로 로로피아나의 리넨 셔츠는 메종의 상징이 됐다. 로로피아나의 장인들은 리넨 연사와 캐시미어, 실크, 울을 혼방하여 패브릭의 구조, 모양, 느낌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텍스처를 만들어냈다. 로로피아나는 여섯 세대에 걸쳐 소재와 품질을 연구하고 탐구해 얻은 고귀한 결과물인 최고급 섬유를 의류뿐 아니라 액세서리, 텍스타일로 만들어 생활 속에 특별함을 제공한다. 그들의 옷처럼 요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리넨 셔츠를 탄생시키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아마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것. 로로피아나 리넨은 최고급 리넨 생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노르망디와 벨기에의 특유의 습한 기후에서 재배된다. 선별된 천연 아마의 줄기를 섬세한 공정을 통해 리넨 섬유로 만들고, 여기에 장인의 세심하면서도 전문적인 손길을 더해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을 갖춘 의류를 완성한다. 이러한 로로피아나의 노력은, 아마밭에서부터 완전한 제품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과한 고품질의 리넨 제품에만 주어지는 ‘Masters Of Linen™’ 인증 획득으로 이어졌다. 로로피아나 리넨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확 후 건조된 아마는 ‘레팅(retting)’으로 변형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물에 담그는 등 수분에 노출시킨 다음 자연 분해를 통해 식물 줄기에서 섬유를 추출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원하는 섬유를 식물의 목질 중심부에서 분리해내는 ‘비팅(beating)’이 이루어지는데, 이때 장인이 직접 수작업으로 섬유를 분리해 무결성과 순도를 유지하는 수공 기법을 사용한다. 이는 매우 수고스러운 과정이지만, 이를 통해 리넨의 우수한 품질을 보장하는 동시에 장인 정신의 전통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그다음 ‘정소면(combing)’ 단계로 접어들면 추출된 긴 섬유를 짧은 섬유에서 분리한 후 조심스럽게 정렬하여 섬유에서 실을 뽑아내는 방적 공정을 준비한다. 섬유를 평행한 실로 배열해 연사의 완벽한 강도와 탄성을 위한 기초를 다지고, 리본 형상의 띠가 생성되면 방적을 거쳐 리넨 연사가 만들어진다.

로로피아나는 1kg 연사를 110km까지 늘릴 수 있는 Nm110 리넨 연사를 사용하는데 장인이 실 가닥을 꼼꼼하게 검사하고 모든 연사의 균일성과 정밀도를 보장함으로써 리넨은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한 연사로 변한다. 로로피아나의 리넨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요소는 뛰어난 원재료를 찾기 위한 광범위한 연구, 최고급 연사의 사용 그리고 새로운 혼방과 마감 처리를 구현하는 혁신이다.

로로피아나와 오랜 시간 함께한 스위스의 예술가이자 화가인 안드레 피오트의 이름을 딴 리넨 소재의 안드레 셔츠는 절제미와 우아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넥타이 없이도 포멀해 보이는 데다 따뜻한 기후에 걸맞은 셔츠의 필요성을 느낀 안드레는 1950년대의 신사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련되면서도 캐주얼한 매력이 돋보이는 셔츠를 탄생시켰다. 안드레 셔츠는 기존 셔츠와 달리 뻣뻣한 밴드를 넣지 않은 정교한 디자인의 칼라와 뛰어난 내구성, 단독으로 착용하거나 재킷 또는 스웨터 안에 레이어드해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 무엇보다 기분 좋은 감촉을 선사해 어쩌면 당연하게도 여름을 대표하는 아이코닉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안드레 셔츠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 바로 생산 이력 추적 서비스를 통해 고귀한 소재의 헤리티지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투명성을 추구하는 메종의 의지를 상징하는 이 디지털 서비스는 제품 라벨에 있는 QR 코드를 스캔하면 원섬유에서 완제품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생산 단계를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안드레 셔츠의 모든 여정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 이를 통해 로로피아나가 이전 세대부터 이어온 수직적 통합을 인증함과 동시에 청렴성을 유지한다.

섬세한 공정 과정과 뛰어난 장인 정신을 기저에 두고 오랜 시간 축적해온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가치 및 서비스를 끊임없이 창출해온 로로피아나. 올여름, 로로피아나 리넨 셔츠를 가볍게 걸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모습을 잠시나마 상상해본다.

Credit

  • Editor 김성재(미디어랩)
  • Photo by 로로피아나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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