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 에디터들의 '결혼 썰전'
장거리 연애 끝에 웨딩 마치를 올린 결혼 2개월 차부터 독신주의였던 남자와 만나 결혼 비관론자에서 결혼 전도사로 변신한 결혼 5년 차까지. 저마다 다른 연애 스토리와 결혼 생활 경력을 가진 코스모 피처팀의 네 유부 에디터가 사랑과 결혼에 관한 4가지 명제에 찬반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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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No
연애를 시작하면 매일 만나거나 주말마다 만나 데이트를 하는 게 보통이지만, 내 경우엔 처음 만날 때부터 남편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됐다. 그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일했는데 3~4개월에 한 번 휴가를 받아 한국에 들어올 때에야 만날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다들 연애가 가능하긴 하냐고 묻지만, 나는 비교적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손 꼭 붙잡고 데이트하는 커플들을 보며 부러워할 때도 있었지만 3개월에 한 번씩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우리는 언제 만나?” 하며 영상통화로 얼굴을 보고 그리워하는 애틋함 덕에 오히려 인고의 세월을 견딜 수 있었다. 스스로도 ‘내가 퇴근 시간이 워낙 불규칙하고 야근도 많으니 그가 한국에 있었다면 싸울 게 뻔해’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그가 한국에 들어오는 날짜가 정해지면 미리 스케줄을 조절하고 시간을 비워 밀도 높은 데이트를 즐기곤 했다. 장거리 연애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따로 있다. 언제는 죽고 못 살 것처럼 굴다가 연애하면 친구들을 등한시하고 오로지 남자 친구한테만 신경 쓰는 여자들 때문에 여자 친구들끼리 서로 빈정 상하는 일이 적지 않은데, 나는 오히려 “남자 친구 왔냐? 즐거운 시간 보내라”라는 친구들의 격려와 함께 사랑과 우정을 양립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얼마 전 3년간의 장거리 연애 끝에 결혼을 한 나는 그 말이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이가 들고 어느 정도 커리어가 쌓이면 일과 사랑 둘 중 하나라도 잃게 될까 걱정하기 마련인데, 장거리 연애를 하니 애틋한 마음을 연료로 삼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주변에 추천한다. 20대라면 몰라도 30대에게는 장거리 연애가 딱이라고 말이다. 특히 건설 회사 다니는 남친을 둔 사람이라면 에디터와 비슷한 연애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 지금 그 연애가 잘못된 것이 아니니 다른 사람들 말 듣지 말고 조금만 더 힘내길.
-장거리 신혼 생활 2개월 차 유미지
남편과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 Yes
“결혼하니 어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연애할 때나 결혼한 후나 똑같아. 사람이 쉽게 변하면 그게 사람이냐.” 그도 그럴 것이 내 31년 인생에서 그와 함께한 시간이 무려 14년이다. 하지만 결혼 후 변한 것이 하나 있다. 연애할 땐 그가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면 “나랑 함께 있는데 스마트폰 따위가 보고 싶냐”며 ×랄을 했던 것과 달리 결혼한 후부터는 그 모습이 그렇게 밉지 않다는 것이다. 그가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외롭다고 찡찡댔던 내가 말이다. 오히려 이제는 그가 딴짓(?)을 하는 시간을 틈타 나도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본다. 연애할 땐 ‘일심동체’를 원했는데 결혼 후엔 ‘니 시간 내 시간, 니 거 내 거’를 은근히 나누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고나 할까? 이 글을 쓰다 말고 우리 집을 둘러보니 책상, 침대, 노트북, 심지어 행어까지 모두 2개씩… 각방 안 쓰는 게 어디냐 싶을 정도다. 이런 흐름은 경제권 숙제도 꽤 쉽게 풀어주었다. ‘적은 돈일지라도 내 맘대로 쓰자’라는 결론을 내려 진짜 룸메이트처럼 매달 같은 금액을 내고, 나머지 돈은 터치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가 ‘쥐꼬리 용돈에 아내가 사주는 옷만 입고 다니는 남자’가 되는 건 원치 않았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결혼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연애할 때 데이트를 하고 각자의 시간으로 돌아갔던 것처럼, 함께 사는 집에서도 개인의 시간을 편안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애정 표현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우리는 여전히 출근할 땐 손을 잡고 다니고, 하루에 한 번씩 사랑한다고 말하며, 사소한 것 때문에 불같이 싸우는 중이다. 지금도 그는 내 옆에서 아이패드로 <무한도전>을 보고 있고, 나는 이 기사를 쓰고 있다. 어찌 됐든 ‘혼자의 자유’를 ‘둘의 자유’로 만든 친구 같은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나는 꽤 마음에 든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13년을 알고 지낸 남자와 결혼한 지 만 1년 윤다랑
결혼하면 연애는 끝이다? No
연애 10년 차에 결혼해 벌써 3년째. 강산이 변하도록 연애했으니 빨리 애나 낳으라는 주변의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나는 오늘도 유난스럽게 연애질 중이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여전히 질투에 눈이 멀어 살고 있다. 그의 오토바이 뒷자리에 탄 것도 모자라 다음번에 또 태워달라는 문자까지 보낸 같은 과 동기부터 시작해 “댈님~”이라고 부르며 “커피 사다드릴게여”라고 애교 가득한 카톡을 보낸 직장 상사까지, 지난 13년간 나는 그의 주변 여자 중 한 명을 분기별 타깃으로 정해 싸움을 만들었다. 그의 반응은? 내가 나름 귀여운 앙탈을 부릴 때는 웃으며 받아치다가도 ‘미저리’같이 집착할 때는 ‘진절머리’가 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러너스 하이처럼, 질투로 시작된 격렬한 싸움 끝에 화해를 할 때면 나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 가뜩이나 삼백안인 그는 화가 나면 눈동자가 달 뜨듯 올라가 공포스러운 눈빛을 선보였는데, 화해 후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고 나면 그 어느 때보다 다정한 눈빛을 보냈다(고 나는 느꼈다).<결혼은 미친 짓이다>(이하 <결혼은>)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이하 <지금>). 20대 시절, 내가 결혼을 꺼리게 만든 동시에 ‘연애하고 싶은 남자와 가슴 떨려 하며 사는 것’이란 결혼관을 만든 영화들이다. 결혼한 친구들의 고만고만한 고민과 행복을 보며 결혼과 연애를 분리시키기로 한 <결혼은>의 ‘동미’가 하고 싶었던 건 연애하고 싶은 남자와의 결혼이었고, 생활형 부부였던 <지금>의 ‘유나’와 ‘민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향한 ‘가슴 떨림’이었으니까. 쌍둥이 출산 100일 만에 낮술을 즐기던 친구 A는 남편의 여상사를 욕하는 내게 “쌍둥이나 낳아라!”라는 무서운 덕담을 건넸는데, 혹시 그런 날이 온대도 나는 변함없이 그의 주변 여자들을 질투하며 살 것이다.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거라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내게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며, 지금 질투 나는 남자와 살고 있으니까.
-10년 만난 남자와 결혼 3년 차 김가혜
결혼 후엔 사랑보다 의리로 산다? No
결혼 이후, 마치 암구호라도 되는 양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듣게 되는 질문이 하나 있다. “결혼하니까 좋아?” 이 질문에 담긴 함의는 다음과 같다고 보면 된다. “결혼은 자유의 종착역, 사랑의 끝, 곧 인생의 무덤이라는데 기어코 그 무덤 속으로 기어들어간 기분이 어떰?” 물어본 사람이 싱글이든 유부든, 대부분 기대하는 답안은 정해져 있다. 도리도리로 시작해 한숨으로 끝나는, 체념과 후회 어린 리액션 같은 것들 말이다. “결혼하니까 좋다”라고 주저 없이 대답해왔던 우리 부부는 그런 면에서 질타의 대상이 되곤 했다. 아, 섣부른 증오와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말해두건대 우리는 흔히 생각하는 꽁냥꽁냥한 닭살 커플은 절대 아니다. 바쁜 남자와 무심한(데다 바쁜) 여자라는, 연애하기 가장 힘들다는 최악의 타입끼리의 만남인 데다, 남편은 독신주의자였고 나는 행복한 결혼 생활은 나와 2억 광년쯤 떨어진 일이라고 여기던 결혼 비관론자였다. 그런 우리가 만나 결혼을 감행한 것만으로도 주변인들에겐 놀라운 일이었으니, “결혼하니 행복해~ 너도 빨리 해~”라고 말할 때의 배신감 또한 쉽게 예상 가능하지 않나?
결혼 후에 더 행복하다 단언하고 서로를 더 사랑하게 되었노라 확신할 수 있었던 비결 아닌 비결을 들자면 바로 ‘뜬금없는 사랑 고백’이다. 사람들은 참 ‘사랑한다’는 말을 아낀다. 그 가치가 무겁기에 더 조심스럽고, 섣부른 애정 공세가 애정 전선에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게 될 때도 분명 있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오히려 ‘사랑한다’는 말의 남발이 사랑을 더욱 깊어지게 한다는 데에 내 왼쪽 손목을 걸고 싶다. 눈만 마주치면 “사랑해요”라 말하고, 대뜸 이름을 부르며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일이 매일같이 반복되다 보면, 놀랍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씩 내뱉을 때마다 그만큼 사랑이 깊어지는 것만 같다. 여기에 웃음과 스킨십이 더해진다면, 그 행복감과 도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극대화된다. 솔직히 현실적인 고민이나 문제 없는 부부란 없다. 대한민국 부부들의 디폴트값인 돈 걱정, 부모 걱정, 노후 걱정은 우리 부부에게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행복하다. 하루하루 더 사랑이 깊어지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으니까. 그리고 장담하건대, 당신도 충분히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
-결혼 이후가 더 행복한 결혼 5년 차 박지현
Credit
- Editor 김가혜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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