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삶과 도전을 발견한 여성들: 아이스하키, 테니스, 핸드볼 크루 인터뷰 특집

아이스하키에서 핸드볼, 테니스까지 다양한 운동에 참여하는 여성 크루의 경험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by 최아름 2025.09.04

TENNIS


호시 @hoxy_tennis_club

주장 김민희

멤버 곽선영, 권민영, 김민진, 나누리, 남가언, 박혜은, 변나리,세구치 유카, 이로운, 이정아, 이재인, 전민수, 정다운, 정은비, 최선아, 황지후


한 번의 스윙, 한 점의 승부

야근도, 주말도, 심지어 임신조차 그들을 막지 못했다. 테니스에 매료된 호시 멤버들은 늘 테니스 코트로 향했다. 상대 팀과 분리돼야만 하는 코트의 특성처럼 테니스는 일상에서 나를 분리시켜줘 해방감을 주고, 더 나아가 성취감까지 주는 운동이었다고 말한다. 이들이 테니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테니스를 치면서 가장 먼저 배운 건 지는 법이에요. 강박을 내려놓은 첫 순간이었죠.” 잘해야만 한다, 더 발전해야 한다라는 스트레스 속에 살던 나에게 ‘져도 괜찮다, 이것마저도 연습이다’라며 다독여주는 운동이 테니스라고. 호시는 이렇게 테니스로부터 인생을 차근차근 배워나간다.


크루 소개

김민진 저희가 운동하는 곳이 호원 테니스장이거든요. 호원 섹시를 줄여서(웃음) ‘호시’라는 이름을 가진 테니스 크루입니다. 테니스 여자 복식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모아서 만든 소중한 팀이에요.


크루를 만들게 된 계기

김민희 저희는 사실 다 모르는 사이였어요. 계속 테니스 여자 복식을 하고 싶었는데, 남녀가 같이 있는 팀이 대부분이다 보니 경기도 그렇게만 해야 했거든요. 여자 복식팀의 꿈을 이뤄보고자 경기장에서 만난 언니들을 한 명씩 섭외하게 됐어요. “라켓만 들고 오세요! 코트는 제가 잡겠습니다”라며 우리끼리 재밌게 해보자고 당차게 언니들을 설득했죠.


이 스포츠를 선택한 이유

세구치 유카 다양한 라켓 운동이 있지만 테니스가 주는 쾌감은 정말 남달라요. 공이 맞았을 때 굉장히 기분이 좋고, 짜릿하거든요. 운동을 많이 해봤지만 테니스만큼 스트레스가 풀리는 게 없더라고요.


이 스포츠가 주는 재미와 용기

정은비 코트에 들어오면 다른 시공간에 도착한 느낌이 들어요. 일상과 분리돼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거죠. 테니스는 한 번 뭔가 이뤄내면 다음 도전할 퀘스트가 생기고, 그걸 깨면 또 다음 퀘스트가 생겨요. 이런 부분에서 나를 성장하게 만들죠. 권민영 지는 법을 배웠어요. 공부할 때도, 일을 할 때도 목표를 설정하고 항상 ‘무조건 이뤄야 해!’라는 생각만 했었거든요. 하지만 테니스를 하다 보니 자주 지게 됐어요. 처음엔 지는 게 너무 분했는데, 그 분함을 원동력 삼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치다 보니 지는 것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테니스를 만나 새로운 성장의 발판이 생겼고 인생도 변화했죠.


여성 크루라서 좋은 점

이정아 테니스는 남성이 더 많이 치는 종목인데 여성들끼리 모여서 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장점이죠. 다양한 삶의 배경을 지닌 여성들이 모여 네트워크도 형성하고 고민거리도 나누거든요. 저희 크루엔 임신과 출산을 모두 겪은 멤버가 있는데, 그들을 보며 아기를 낳고서도 건강하게 운동을 할 수 있고 나의 새로운 삶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강인한 여성들이 모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일이에요.


운동을 사랑하는 여성들에게 한마디

이로운 살면서 무언가 이렇게 깊이 몰입돼본 게 처음인데요, 운동하는 모든 분들이 다 그러시겠죠? 운동하는 게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아무것도 몰랐던 저 같은 사람이 용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테니스가 아니어도 좋으니, 에너지를 받을 수 있고 삶의 동력이 되는 자극을 운동으로 찾아보면 좋겠다는 말도 하고 싶어요!



HANDBALL


오리온 @ori_on_handball

주장 이수빈

멤버 강동희, 고윤희, 권산을, 박주희, 박현진, 신민수, 윤선민, 이소희, 이연재, 이지나, 임혜안, 조현빈, 정승희, 천지윤, 허주은, 홍선희


빠르고 정확하게

멤버들은 원래 그저 핸드볼 경기를 관람하는 팬이었다. 경기장을 갈 때마다 자주 보던 사람들끼리 친해지게 됐을 뿐인데 그게 핸드볼 팀을 만든 단순한 계기로 이어졌다. “좋아하니까 해봐야지!” 일단 시작은 했지만 핸드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축구나 농구처럼 인기 운동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운동인 핸드볼, 그것이 그들만의 자부심이 되기도 한다. “핸드볼은 하루 종일 누워 있던 저를 벌떡 일어나게 만든 매력적인 스포츠예요. 인생 최대 도파민을 느끼게 해줬죠.” 호흡이 빠른 스포츠라 받는 에너지 역시 빠르게 흡수되는 것이 핸드볼을 하는 이유라고도 덧붙이며 그들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


크루 소개

이수빈 핸드볼을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좋아하는 오리온입니다. 오리온자리를 따서 만든 이름인데, 오리온자리 모양이 저희가 손 들고 슛 던지는 자세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이름을 지었어요. 원래 다 흩어져 있던 별들이 모여 하나의 별자리를 이루는 것처럼, 저희도 다른 인생을 살다 한 팀으로 모였으니까요!


크루를 만들게 된 계기

이수빈 저희는 핸드볼 팬이었어요. 핸드볼 경기장을 찾다 보니 자주 마주치게 됐고, 함께 핸드볼을 배우고 싶어졌죠. 대한핸드볼협회가 운영하는 ‘핸드볼 클럽’에서 차근차근 배우다 저희끼리 팀도 만들게 됐습니다.


이 스포츠를 선택한 이유

강동희 핸드볼은 다른 종목과는 다르게 몸싸움도 가능해요. 그래서 스트레스가 조금 풀린달까. 물론 공수 전환이 빨라서 스피드도 느낄 수 있고요. 보는 사람과 하는 사람 모두에게 희열을 주는 스포츠예요.


이 스포츠가 주는 재미와 용기

천지윤 원래는 제가 소심하기도 하고, 갈등이 있으면 회피하는 성격이었어요. 근데 핸드볼을 하게 되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죠. 몸으로 대화하다 보니 그랬을까요.(웃음) 핸드볼을 하며 앞으로 뛰어가는 것처럼, 제 삶도 앞으로 많이 나아가게 된 것 같아요.


여성 크루라서 좋은 점

박현진 이 팀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을 만났다는 것? 저는 20대지만, 먼저 30대를 살아간 멋진 언니들을 만나면서 제 30대가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언니들이 앞으로 걸어가는 인생처럼 40대도 기대됐고요. 여성으로서 서로의 세상을 많이 확장시켜주는 게 참 좋아요.


운동을 사랑하는 여성들에게 한마디

정승희 몸 쓰는 행동을 해본 사람은 다 알아요. 운동 자체가 나에게 주는 것이 엄청 많다는 걸. 나이 들면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생기는 게 쉽지 않은데, 운동은 그런 것 같아요. 하면서 계속 느는! 저희 멤버 중 한 명이 최근 심장 수술을 했는데 회복 속도가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빨랐거든요. 삶을 살아감에 있어 두려움을 없애주기도 하니까, 계속 운동하셨으면 좋겠습니다!



ICE HOCKEY


와이번즈 걸즈 @wyverns_girls_hockey

주장 원마리

멤버 권정효, 김수진, 김영미, 김유진, 김정은, 박경나, 반효진, 서연주, 양은비, 우은정, 윤마리


가장 뜨겁게 달리는 겨울

놀랍게도 ‘와이번즈 걸즈’는 모두 어머니로 이뤄진 크루다. 처음엔 어린이 아이스하키팀 ‘와이번즈 유스’의 학부모로 아이스링크장을 찾았는데, 계속 경기장에 오가며 아이스하키가 직접 하고 싶어졌다고. 엄마가 된 이후 이젠 개인으로서, 여자로서 더 이상 하지 못할 도전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 틀을 깬 게 바로 아이스하키였다. 이들에게 아이스하키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새로운 삶이자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힘,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서 또 다른 배움을 얻는 일, 울고 웃고 사랑할 수 있는 뜨거운 현재이자 미래다. “회사에서 느꼈던 무료함을 아이스하키를 하며 떨쳐냈어요. ‘난 할 수 있다!’ 를 외치며 서로를 다독여줬죠. 여러분도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 엄마들도 이렇게 잘해내는걸요!”


크루 소개

원마리 2022년 창단한 아이스하키팀 ‘와이번즈 걸즈’예요. 어린이 아이스하키팀 ‘와이번즈 유스’의 학부모 팀이죠. 저희는 실력이 엄청나진 않지만,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팀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크루를 만들게 된 계기

원마리 처음엔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아이들 운동을 보내고 하루 종일 링크장에 있었는데, 게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밌더라고요. 아이들과 함께 할 겸 만들었는데 지금은 엄마들이 훨씬 좋아하고 열심이에요.


이 스포츠를 선택한 이유

윤마리 시작할 땐 ‘내가 감히 아이스하키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컸어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차근차근 도전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김정은 아이스하키장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얼음판과 나만 있고, 우리 동료들만 있는 채로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거죠. 제 나이가 51살인데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 스포츠가 주는 재미와 용기

우은정 어릴 적엔 새로운 걸 도전하고 노력해서 성취할 때 큰 기쁨을 느꼈어요.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그런 가슴 뛰는 일이 줄어든다는 걸 알게 됐죠. ‘앞으로 내 삶에 가슴 뛰는 일이 있을까?’ 했는데 아이스하키가 제 삶을 바꿔준 거예요. 아이를 낳고 그해에 시작했는데, 다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경험을 했죠. 내 삶에 동기부여가 생긴 느낌! 박경나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인생이 무료할 때가 많잖아요. 매번 어린이 아이스하키팀에서 뛰는 아이를 데려다 주다가 실제 링크장에 들어왔는데 너무 행복한 거예요. 이 나이에 스스로가 성장한다는 것도 느끼게 되고요.(웃음) “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줄 수 있게 됐어요.


여성 크루라서 좋은 점

우은정 팀 스포츠라 제가 못한다고 생각될 때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여성들만 있다 보니 감정적으로 많은 위로가 돼요. 서로 다독여주고 무조건적으로 응원도 해주고요! 나 자신에게 실망할 때 멤버들이 “아니다, 잘하고 있다”라고 지지해주니 운동할 때도 일상에서도 힘이 많이 된답니다. 김수진 저는 남자들이 많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거든요. 남성 리더들만 보던 사회에서 이곳에 오니 다른 여성 리더들은 어떤 식으로 살고 있는지, 내 5년 뒤 모습은 어떨지 언니들을 보며 많이 배우고 느껴요. 여성으로서 좋은 롤모델이 생긴 느낌!


운동을 사랑하는 여성들에게 한마디

양은비 운동은 제 인생의 활력소예요. 그리고 아이스하키가 얼마나 매력적인 운동인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같이 한번 즐겨봤으면 좋겠어요. 권정효 내가 인생에서 부족하거나, 못한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이곳에 오면 마법같이 사라져요. 운동을 하면서 마음도 몸도 성장할 수 있거든요. 운동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용기도 얻어가세요!


Credit

  • Editor 최아름
  • Photographer 이원재
  • Art designer 변은지
  • Digital designer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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