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가장 힙한 전시, [LAZY] 샘바이펜과의 인터뷰
샘바이펜의 10년, 그 변곡점에서 선보이는 그의 무한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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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der Wall> Mixed media on canvas,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PKM 갤러리에서 열리는 샘바이펜의 첫 번째 전시다. 이번 개인전 <LAZY> 소개를 부탁한다.
근 1년 동안 갤러리와 대화하며 주제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 문득 초창기에 다뤘던 주제들을 이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개인전 <Tired>나 두 번째 개인전 <Wasted>처럼 평상시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다가가보는 과정을 이번 전시에 담아보려고 했다. 난 작업에 있어선 성실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면에선 그와 반대로 게으른 사람이기도 하다. ‘누구나 게으름이라는 감정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에 임했다.
‘갓생’이 미덕이라 여겨지는 시대에 한 번쯤 생각해볼 주제라고 본다. 전시를 준비하며 당신을 지배했던 상념은 무엇이었나?
이름이 알려지면서 한창 바쁘게 지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일도, 행사도, 커머셜 작업도 굉장히 많이 들어왔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작업을 마치 배설하듯이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더라. 번아웃이 온 셈이다. 그 시간을 겪고 나니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작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어떻게 보면 이번 전시가 나를 다시 증명해야 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캐릭터 ‘시한폭탄맨’의 탄생기도 궁금하다.
처음 폭탄을 그렸던 건 아마 4~5년 전이었을 거다. 당시 사과 박스에 담긴 현금, 그러니까 뇌물을 다룬 기사를 보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는 위험한 물건과 결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사과와 폭탄을 결합한 형태의 아이콘을 만들었다. 이후로도 이 소재는 꾸준히 작품 속에 가져왔는데, 그것이 자연스럽게 ‘시한폭탄맨’이라는 캐릭터로 발전하게 된 것 같다. ‘시한폭탄맨’은 안경을 쓰고 있는데, 그건 평소 작업할 때의 내 모습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나’라는 사람을 ‘시한폭탄맨’이라는 캐릭터에 투영시킨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샘바이펜의 전시는 작품뿐 아니라, 굿즈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늘 흥미롭다. 이번엔 굿즈에 이어 뮤지션들과 함께 협업한 음원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갤러리 이사님의 제안 덕분에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우슬라임 등 주변의 뮤지션 친구들과 재미있는 작업을 했다. 이 프로젝트를 빌미로 친구들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다른 분야지만 창작이라는 비슷한 업을 할 때 서로가 느끼는 동질감이 있더라. 그런 점을 서로 나누며 작업했는데, 음악에도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아 작업 내내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여기에 여성 보컬리스트 류수정 님의 목소리가 더해져 음악의 밸런스 면에서도 더 탄탄해졌다. 앞으로 이런 음악 작업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 라인업을 좀 더 탄탄하게 가져가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앨범이 또 하나의 전시가 될 수 있겠다.
맞다. 전시장에 못 오시는 분들도 있을 테니까, 그분들에게 전시의 취지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아쉽게 함께하지 못한 아티스트들이 있는데, 다음엔 더 다양하게 꾸려볼 생각이다.
샘바이펜은 굿즈와 음악으로 전시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 셈인데, 이러한 작업의 동력은 어디서 오나?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성격이다.(웃음) 작업 방식에 있어선 남들이 하는 걸 무작정 따라 하는 걸 싫어하기도 했고.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미술 시간에 선생님은 마치 수학 공식처럼 “여기엔 그림자를 그려야 해” 하고 공식만 알려주는데, 거기에 늘 맞서왔던 것 같다. 그래피티 작업도 마찬가지다. 그래피티에도 나름의 정해진 규칙이 있는데, 난 그것들을 존중은 하지만 작업에 있어선 나만의 방식을 접목하고 싶다. 그런 시도가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COMPUTER> Acrylic on wood and canvas,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안 그래도 당신에게 작가로서의 반골 기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언젠가 그래피티 작가는 얼굴을 보여주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을 깨고 싶다고 말했더라.
맞다.(웃음) 갇혀 있는 룰을 깨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다. 물론 그들의 룰과 스타일은 존중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방식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것에 나만의 것을 시도해보는 방식은 앞으로도 고수하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스스로 정의한 ‘페이크 아트’라는 개념도 생겨난 걸까?
그렇다. 갤러리에 걸린, 이른바 ‘파인 아트’의 정반대 지점에 있는 개념인데, 난 어시스턴트부터 시작하는, 정석 과정을 밟은 것이 아니라 길에서 그린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알리고 설득한 셈이니까. 하지만 앞으로도 뻔뻔하게 내 길을 가고 싶다. 그게 멋있지 않나.(웃음) 언젠가는 가짜가 진짜가 될 수도 있을 테고.

<HESITATE> Acrylic on wood and canvas,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작가로서 활동한 지 어느새 10년이다. 그 시간은 어떻게 다가오나?
이렇게 아저씨가 되는구나.(웃음) 부쩍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싶다. 그와 함께 젊은 세대들이 생각했을 때 적어도 멋없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한다. 작업에 있어서도, 인성에 있어서도 스스로를 계속 돌아보는 순간들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자기 계발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하고!
얼마 전에 아트 바젤 홍콩에도 작품을 출품했다. 앞으로 샘바이펜의 여정이 궁금해지는 지점이기도 한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느라 아쉽게도 현장엔 다녀오지 못했는데, 아트 바젤은 내 커리어에 있어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번 전시 역시 큰 갤러리에서 하는 첫 전시라 설레기도 한다. 내 포지션이 파인 아트와 스트리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길 한복판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면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로지 내 것을 가지고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을까? 이것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좀 더 신중하게, 그리고 열심히 가보려고.(웃음)
Credit
- Editor 천일홍
- Photo By 김민주
- Hair&Makeup 정지은
- Art Designer 김진림
- Digital Designe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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