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몸, 날씬한 몸, 뚱뚱한 몸. 예쁜 몸의 정의는?
사이즈로도, 비율로도 설명할 수 없는 ‘몸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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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건강한 몸’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그 몸은 예쁜가? 허리는 잘록하고, 배는 평평하고, 가슴과 엉덩이는 봉긋하며, 무릎부터 발목까지 미끈하게 쭉 뻗어 있는가? 이처럼 모델을 닮은 늘씬한 몸이 아름다움의 기준이자 곧 건강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면 적어도 당신은 트렌드를 앞서고 있는 사람은 아닐 거다.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졌다면 이해하시길. SNS를 중심으로 ‘몸을 바라보는 방식’의 재정의가 이뤄지고 있는 2025년이니. ‘몸’에 대한 논쟁은 언제나 끊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외모가 개인의 가치와 직결된다고 여기고, 외모를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거나 자신을 비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힙 딥’을 없애기 위해 중둔근 운동을 하라며 레깅스를 입고 엉덩이를 내민 자극적인 썸네일로 SNS에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던 것이 불과 작년까지의 이야기가 아니던가. 하지만 진정 ‘건강’한 정신을 지닌 사람이라면, 건강한 몸의 상징은 날씬하고 볼륨감 있는 셰이프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 테다. 2025년, 외모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자신을 깎아내리고, 더 나아가 타인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주는 행위라는 인식이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덕분이다. 다행이지 않은가! 이제 많은 사람들이 ‘몸’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체형과 외모가 긍정적으로 다루어지고, 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외부의 평가보다는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 이러한 변화는 단지 외모와 건강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넘어,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중요시하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적 환경에서 유행하는 외모나 몸매의 기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외모를 평가하거나 비교하는 행위가 더 이상 개인의 가치를 측정하는 잣대가 아닌, 자기 자신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과정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내 몸 중립주의(Body Neutrality)’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살펴보자. ‘모든 몸이 아름답다’는 보디 포지티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몸은 굳이 예쁠 필요조차 없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렇다. 이제 몸매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몸은 꼭 ‘사랑해야 할 대상’도, ‘극복해야 할 장애물’도 아니다. ‘건강은 모든 사이즈에서나 가능하다(HAES, Health at Every Size)’는 인식이 확산되며,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으니까. 패션 인플루언서 데니스 메르세데스(@denisemmercedes)는 이미 11만 개가 넘게 쌓인 해시태그 #StyleNotSize를 통해 자신의 체형과 대척점에 있는 친구와 똑같은 옷을 입고 춤을 춘다. XXL 사이즈와 S 사이즈로 완벽하게 서로 다른 몸이지만, 같은 옷을 멋지게 소화해낸다. 소위 말하는 ‘명품’을 걸치지 않아도, 누구 한 명만 돋보이지 않는 것이 포인트. 같은 셔츠를 입어도 다른 핏으로 보이지만, 둘 다 패션 위크 시즌 스트리트 패션 스냅으로 찍혀도 손색없을 법한 스타일리시함으로 ‘사이즈는 스타일이 아니다(Style Not Size)’라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 16세부터 모델 에이전시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던 데니스는 당당한 애티튜드로 이제는 148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린 패션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과거 패션 산업에서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다양한 체형을 존중한다는 걸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패션에서 ‘사이즈’라는 개념 자체가 흐려지고 있다. 당장 가까운 스파오 매장에만 가도 확인할 수 있다. 스파오는 이미 2021년부터 ‘사이즈 차별 없는 마네킹’을 도입하며 현실적인 체형을 반영했다. 실제로 우리는 쇼핑할 때 사이즈보다 ‘어떤 핏이 나에게 잘 맞는가’를 고민하지 않는가. 한때 사람들은 ‘꿀벅지 만들기’, ‘힙 딥 없애기’와 같은 SNS 챌린지에 도전하곤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날씬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몸이 얼마나 건강하고 강한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과거엔 다이어트가 체중 감량을 의미했다면, 2025년의 다이어트는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고, 근육을 가꾸는 행위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StrongNotSkinny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작정 마른 몸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몸을 단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알로, 룰루레몬과 같은 웰니스 브랜드에서도 마르고 날씬하고 유연한 몸 대신, 강한 몸을 조명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운동과 영양이 필수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강박이 아닌, 삶을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 건강은 단순히 숫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운동 습관,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피지컬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제는 멋진 몸은 단순히 ‘외형’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몸을 어떻게 가꾸느냐’보다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집중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인 최초 빅토리아 시크릿 캠페인 모델로 이름을 알린 황현주는 현재 웰니스 트렌드 최정상에 선 브랜드, 알로요가의 대표 모델로 활동 중이다. 그는 단순한 ‘마른 몸’이 아닌,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몸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발레와 요가를 즐기며, 무리한 식단 조절없이 자연스럽게 탄탄한 몸을 유지하는 황현주는 ‘건강한 몸’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날씬함을 강요하는 시대가 언제 없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죠. 중요한 건 그들이 무례하게 던지는 말에 스스로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거예요. 자신의 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만의 리듬을 찾는게 진짜 중요하니까요.” 그러니 자신의 몸을 스스로, 마음대로 바라볼 것. 내 몸은 누구도 평가할 수 없으며, 나 역시 타인의 몸을 평가할 수 없다. ’모든 몸은 아름답다’는 보디 포지티브에서 ‘몸은 그냥 몸일 뿐이다’라는 인식까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내 몸을 사랑해야한다’는 강박조차 내려놓아도 좋다.

Credit
- Freelance Editor 오다혜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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