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cester Collection | Bicester Village 유럽 최대의 쇼핑 랜드마크, ‘The Bicester Collection’
‘비스터 컬렉션’의 환대와 함께 도착한 첫 번째 도시는 런던이었다. 공항 밖은 어둠이 내려앉아 한 치 앞도 안 보였지만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와 새삼스럽지 않은 듯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이곳이 런던임을 실감했다. 우리는 7일 동안 런던을 시작으로 옥스퍼드, 마드리드, 앤트워프로 이어지는 유럽 여행을 시작한다. 각 도시의 비스터 컬렉션 빌리지들을 둘러보는 것이 주요 일정. 비스터 컬렉션은 패션의 요지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를 비롯해 전 세계 12개의 주요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럭셔리 쇼핑 여행지다. 비스터 빌리지라는 이름이 익숙지 않은 이유는 도시마다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탈리아 밀라노 지점은 ‘피덴자 빌리지’, 스페인 마드리드 지점은 ‘라스로사스 빌리지’라 불린다.
VIP 고객을 위한 ‘비스터 빌리지’의 아파트먼트.
런던 쇼핑의 시작과 끝, ‘Bicester Village’
‘비스터 빌리지’의 핸즈프리 쇼핑은 짐을 들고 다니는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호화로운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호텔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영국 최대의 쇼핑 빌리지, ‘비스터 빌리지’로 향했다.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는 10월이었지만,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나라답게 일찌감치 홀리데이 분위기를 입고 있었다. 우리는 VIP 고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퍼스널 쇼핑과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프라이빗 행사, 쇼핑 어시스턴트가 쇼핑백을 들어주고 옮겨주는 ‘핸즈프리 쇼핑’ 등 비스터 컬렉션의 각종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아파트먼트에서 효율적인 쇼핑을 위한 가이드를 안내받았다. 버버리, 비비안 웨스트우드, 멀버리, 바버 등 로컬 브랜드는 물론이고 입점해 있는 160개가 넘는 글로벌 브랜드는 일 년 내내 최대 60% 이상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커다란 빌리지를 바지런히 돌아다니며 쇼핑하다 보면 허기가 지는 법. 비스터 빌리지는 레스토랑 셀렉션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영국의 스타 셰프 요탐 오토렝기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오토렝기(Ottolenghi)’,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과 고급스러운 숍이 즐비한 런던의 중심가 메이페어에서 ‘핫플’로 손꼽히는 정통 이탤리언 레스토랑 ‘체코니스(Cecconi’s)’의 첫 분점, 랄프 로렌의 글로벌 커피 브랜드 ‘랄프스 커피(Ralph’s Coffee)’ 등이 입점해 있어 쇼핑 식후경까지 완벽하게 책임진다. 한편 런던 도심 메릴본까지 직행으로 가는 열차를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 또한 뛰어나다. 젠지 사이에서 런던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한 데는 이유가 있는 법.
www.bicesterVillage.com 옥스퍼드에서 느끼는 20세기 정취, 호텔 ‘Estelle Manor’
‘비스터 빌리지’ 방문에 앞서, 런던에서 옥스퍼드까지 약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컨트리 하우스 호텔 ‘에스텔 매너’가 오늘 머물 곳. 에스텔 매너는 영국 <더 타임스>가 선정한 ‘머물기 좋은 호텔 톱 100’ 중 2위에 오른 곳이다. 디즈니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숲길을 지나 대저택 같은 호텔에 도착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예스러운 풍치와 호텔로 끊임없이 들어오는 럭셔리한 하이퍼 카들의 향연이 생경하고도 아름다웠다. 호텔 게이트 앞에 줄지어 선 여러 대의 호텔 픽업 차량은 모두 영국 태생의 랜드로버 디펜더였고, 로비에 걸어 다니는 투숙객 중 열에 다섯은 바버 재킷에 진흙 묻은 헌터 부츠를 신고 있다는 것까지, 미장센이 뻔한 영국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객실은 아트 피스에 가까운 빈티지 가구들과 조명, 오브제로 섬세하게 꾸며져 있었다.
지속 가능한 런던, ‘1 Hotel Mayfair’
비스터 컬렉션 외에도 런던에 왔다면 응당 들러야 하는 스폿들이 있다. 리버티 백화점, 소호 거리, 버킹엄궁전, 피카딜리 스트리트 등. 이 모든 명소를 도보로 둘러볼 수 있으려면 최적의 장소에 호텔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런던에서 가장 럭셔리한 거리에 위치한 ‘원 호텔 메이페어’가 좋은 선택지가 돼줄 것이다. 지척에 ‘그린 파크’역이 있어 패딩턴, 노팅힐 등을 관광할 때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좋다. 호텔의 친환경 철학 또한 눈여겨볼 부분. 각 객실엔 페트병에 든 물 대신 정수기가 설치돼 있고, 와인병을 리사이클링해 만든 물컵을 비치했다. 일회용 플라스틱은 한 톨도 허락하지 않은 노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침대와 침구 역시 지속 가능한 소재로 제작했으며, 모든 객실엔 요가 매트를 구비해 투숙객의 웰니스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 눈에 띄는 부분뿐만 아니라 건물의 건축 방식, 호텔의 협업 파트너 등 보이지 않는 지점까지 모조리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동시대 호텔답다.
www.1hotels.com/mayfair The Bicester Collection | Maasmechelen Village 패션의 도시 앤트워프에서 ‘Maasmechelen Village’까지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벨기에 브뤼셀까지는 유로스타 열차를 타고 2시간이 소요된다. 브뤼셀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마스메켈렌 빌리지’는 브뤼셀과 앤트워프 사이이자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가 국경을 접하는 교차로에 위치했다. 그래서 독일 림부르크와 벨기에 건축 양식이 혼합된 이국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100개가 넘는 부티크가 입점해 있고, 레스토랑에선 다양한 벨기에 맥주를 즐길 수도 있다. 초콜릿 강국답게 ‘노이하우스(Neuhaus)’ 같은 초콜릿 브랜드가 입점해 있으니 기념품 쇼핑을 하기에도 제격. 이곳에서 꼭 들러야 하는 ‘핫코너’는 막스마라 매장이다. 특히 코트와 가방을 큰 폭으로 할인 중이니 꼭 ‘득템’에 성공하기를!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택스 리펀드 받기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것. 하지만 마스메켈렌 빌리지는 계산할 때 각 매장에서 바로 택스 리펀드를 받을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www.MaasmecheleVillage.com 보태니컬 아트의 향연, 호텔 ‘Botanic Sanctuary Antwerp’
15세기 수도원을 리모델링해 예스러운 외관과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공존하는 호텔. 이름처럼 호텔 전체가 거대한 식물원 같다. 객실은 코지하고 모던한 분위기다. 넓은 욕실과 럭셔리한 욕조가 특히 마음을 사로잡는 곳. 어둠이 내리면 호텔 1층에 위치한 ‘헨리스 바(Henry’s Bar)’에서 특별한 레시피로 내어주는 칵테일 ‘코스모폴리탄’을 한 잔 마셔보길.
앤트워프 식스의 발견, 패션 뮤지엄 ‘MoMu’
©“Malign Muses: When Fahion Turns Back” in 2004-2005
벨기에는 페테르 파울 루벤스, 르네 마그리트 등 유명한 화가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드리스 반 노튼, 라프 시몬스 등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가 탄생한 나라기도 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MoMu(Mode Museum)’가 있다. 이곳엔 갤러리가 소유한 앤트워프 식스(드리스 반 노튼, 월터 반 베이렌동크 등 벨기에를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 6인의 모임)의 의상 컬렉션들이 전시돼 있다. 실험적인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초기 작품, 최신 컬렉션 비디오까지 모두 살펴볼 수 있는 패션 박물관인 셈. 근처에 앤트워프의 상징과도 같은 드리스 반 노튼 부티크가 있으니 함께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미식과 디자인의 조화, 레스토랑 ‘The Jane’
‘The Jane’ 레스토랑의 메인 코스 중 하나인 굴 요리. 캐비어를 얹어 맛과 식감의 조화가 좋다.
제철 해산물로 다채로운 요리를 선보이는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과거 군 병원의 예배당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레스토랑으로 개조했다. 네덜란드 디자인 하우스 ‘피에트 분’이 디자인한 레스토랑 내부는 모던한 분위기다. 유리 조명과 스틸로 만들어진 독특한 모양의 대형 샹들리에(무려 80kg에 달한다!)가 천장을 가득 채우고 있고, 통유리 너머로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 안쪽까지 들여다보이는 오픈 키친이 특징이다. 이곳 디너 코스는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20개 이상의 디시가 준비되며 식사하는 데만 4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방문 전 위는 비우고 마음은 단단히 먹을 것. 저녁 7시 예약이었던 우리는 밤 11시가 넘어서야 레스토랑을 벗어날 수 있었다.
The Bicester Collection | Las Rozas Village 스페인에 가장 빠르게 스며드는 법, 타파스 바
다음 날 브뤼셀에서 스페인 공항까지는 작은 비행기를 타고 2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마드리는 지금껏 다닌 도시 중 가장 온화한 날씨와 맑은 하늘을 자랑했다. 저녁 시간이 다 돼가도록 아직 식사를 하지 못했던 취재팀은 호텔 근처의 타파스 바 ‘후루차 마드리드(Jurucha Madrid)’를 찾았다. 타파스 바는 선술집처럼 서서 스몰 디시와 술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스페인 로컬 레스토랑이다. 이곳에서 친절과 서비스 정신을 바라선 안 된다. 북적거리는 인파 사이에서 빈자리를 노리려면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필수! 서버 역시 거품과 맥주의 비율을 1도 신경 안 쓴 듯 흘러넘치는 맥주를 턱턱 내려놓는다. 항상 바삐 돌아가는 탓에 주문할 때도 눈치 싸움을 치열하게 해야 하는데, 주문한 메뉴와 다른 음식이 나올 수도 있는 ‘웃픈’ 상황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꽤나 난감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냥 먹는 수밖에…! 다행히 세 명이 배 터지게 먹고도 30유로 조금 넘게 나왔으니 착한 가격에 너그럽게 넘어가기로 한다.
스페인 정열이 녹아 있는 ‘Las Rozas Village’
마드리드의 ‘라스로사스 빌리지’는 마드리드 시내에서 20분 정도 소요됐다. VIP 고객을 위한 라운지, 아파트먼트에선 구찌의 프라이빗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최신 컬렉션 라인을 한눈에 담기 제격이었다. 우리는 라스로사스 빌리지의 퍼스널 쇼퍼와 함께 빌리지 전체를 빠르게 둘러보았다. 멕시코 ‘죽은 자들의 날’을 기념해 곳곳엔 해골과 꽃 장식, 제단 등이 마련돼 있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에서 본 익숙한 풍경이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럭셔리 하우스 브랜드 ‘로에베’는 물론이고 요즘 뜨는 젊은 감성의 디자이너 브랜드 ‘빔바이롤라’, 스페인의 넘버원 하몽 브랜드 ‘호셀리토’에는 이미 인파로 북적였다. 100개 이상의 숍을 부지런히 돌며 쇼핑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질 시간이었다. 라스로사스 빌리지엔 마드리드 최고의 일몰 뷰 포인트가 있다. 어둠이 내려앉기 전에 뷰 포인트 테라스에 미리 자리를 잡아두길! 마드리드의 황홀한 주홍빛 일몰이 쇼핑의 고단함도 씻겨줄 테니.
www.LasRozasVillage.com 스페인 왕의 보석함, ‘왕실 컬렉션 갤러리(la Galeria de las Colecciones Reales)’
왕실 컬렉션 갤러리에 전시된 페르난도 7세의 로얄 크라운 마차(Coche de la Corona Real, 1829-1833). ©González, Julián
다음 일정은 갤러리 투어. 2023년에 오픈한 따끈한 갤러리로, 스페인의 여러 왕이 소중하게 여겼던 그림, 태피스트리(자수 장식), 조각품, 무기, 갑옷, 악기, 문서 등을 다양하게 보관하고 전시하는 곳이다. 특히 가톨릭 군주에서 합스부르크 왕가와 부르봉 왕가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군주들의 수집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갤러리는 마드리드 왕궁을 마주 보고 있으며 대성당 옆에 위치해 마드리드의 주요 관광지를 함께 돌아보기 좋다. 주요 작품으로는 1670년대에 펠리페 4세의 두 번째 부인 마리아나가 타던 검은 마차와 1820년대에 집권한 페르난도 7세가 직접 주문 제작한 황금 마차가 압권이다. 갤러리 밖엔 전망대가 있어 마드리드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마드리드에 위치한 티센 미술관(Thyssen-Bornemisza National Museum)에선 중세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유럽 회화 역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방대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Pabblo Casares
안달루시아의 민속 정신이 깃든, 플라멩코 쇼
마드리드의 중심부에 위치한 ‘플라멩코 데 레오네스(Flamenco De Leones)’는 플라멩코 쇼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공연장 겸 레스토랑이다. 타파스 요리와 음료, 디저트가 준비되고 약 1시간 뒤면 공연이 시작된다. 화려한 기교의 기타 선율에 거친 목소리로 토해내듯 부르는 노래, 격렬한 발놀림과 몸짓으로 춤을 추는 무용수까지, 플라멩코의 요소인 토게(기타 연주), 칸테(노래), 바일레(춤), 팔마스(박수)가 한데 엉켜 무아지경에 이르는 광경을 보고 있자면 그 정열에 혼을 쏙 빼앗긴다.
마드리드의 핫한 바, ‘Masaru’
마드리드에서 만나는 일본식 칵테일 바, ‘마사루’는 일본 위스키와 각종 리큐어를 베이스로 칵테일을 내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 국내 포털사이트에선 정보가 잘 나오지 않는 ‘찐’ 현지인 핫플이라는 사실. 그 명성답게 바 내·외부는 스페인 젊은이들로 그득했다. 이곳에서 맛본 말차 칵테일은 카카오 버터가 섞인 피스코(페루산 리큐어)에 유기농 말차, 생크림을 넣어 달콤하고 풍미가 깊은 것이 특징. 크리스피한 가니시와도 궁합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