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LEBRITY
배우 김혜준이 그리는 무한한 세계
<킬러들의 쇼핑몰> ‘지안’, <구경이> ‘케이’, <킹덤> ‘계비 조씨’…. 무한한 서사를 담아내는 김혜준의 말간 얼굴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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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YCH. 셔츠 N°21. 미니스커트 MCM. 레이스업 슈즈 Max Mara. 타이,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과 글을 보면서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이렇게 열심히 기록을 남기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뭔가 담아두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싫은 것도 좋은 것도 다 잊어버리곤 해요. 근데 어느 순간 이런 나에게 서운하더라고요. 왜 이것도 기억을 못 하지? 그래서 기록을 시작했어요. 문득 지난 기록들을 펼쳐봤는데, 평소보다 더 기쁘거나 슬펐던, 감정이 유독 크게 느껴졌던 순간들을 적어뒀더라고요. 기억에서 흐려진 순간들을 열어보는 게 위로가 됐죠. ‘나한테 힘든 일이 이렇게 많았다고? 근데 기억하는 건 하나도 없네? 그럼 언젠가 다가올 힘듦도 다 지나가겠지’ 이런 위안이요.
그래서 필름 카메라도 좋아하나 봐요. 필름 사진을 많이 찍던데, 가장 셔터를 누르고 싶은 순간은 언제예요?
오늘도 한 장 남겼어요.(웃음) 큰 행사가 있을 때도 찍지만, 일상 속에서 문득 ‘이런 건 찍어둬야지’ 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지금 순간을 추억할 수 있도록 뭔가를 남기고 싶을 때나 비록 지금은 조금 힘들지만 나중에 보면 이때가 생각나겠다 싶을 때예요. 최근 촬영을 마친 작품 <캐셔로>의 마지막 촬영 현장에선 다 같이 작업한 사람들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 장면을 남기고 싶더라고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세트 구석구석도 찍어놨죠.

퍼 코트, 미디 부츠 모두 Michael Michael Kors. 드레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래서 SNS에 스태프들, 동료 배우들 등 촬영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 많은 거군요. 근데 필카 찍는 거, 현상해서 데이터로 받아 보기까지 은근히 손도, 시간도 많이 가는 일이지 않아요?
저도 찍고서 인화 맡기는 걸 까먹어서, 지금 쌓인 롤이 열 개는 되는 것 같아요.(웃음) 필름이 쌓이면 연례행사처럼 가서 맡기고 그래요. 결과물을 기다리는 재미도 있죠.
참,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혜준 씨 별명이 ‘햄토리’던데요?
오, 저에게 그렇게 귀여운 별명이? 근데 주변에서는 저를 그런 귀여운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아요.(웃음)
그런데 막상 귀여운 이미지랑은 상반되는 센 캐릭터를 많이 맡았네요.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 ‘지안’, <구경이> ‘케이’, <커넥트> ‘최이랑’, <킹덤> ‘계비 조씨’까지. 저마다 다채롭게 독특한 캐릭터들을 표현하는 모습이 흥미로웠어요.
저도 강한 캐릭터를 많이 만나게 돼서 신기했는데요, 첫인상만으로는 캐릭터의 광기 어린 이면까지 모두 파악되지 않는다는 메리트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평범한 줄 알았는데 아닌 걸 알게 됐을 때 더 짜릿하잖아요. 해맑음 속에 있는 ‘서늘함’이라든지, 순수한 모습 속에 감춰진 ‘잔혹함’ 같은. 감독님들께서 그런 부분을 알아봐주신 것 같아요.

슬리브리스 니트 톱, 스커트, 펌프스 모두 Givenchy.
한편으론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장르도 찍어보고 싶다고요.
아직 한 번도 안 해본 장르라서요. 다양하게 해보고 싶거든요. 로코는 볼 때마다 감정이 말랑말랑해지는 그런 게 있잖아요. 평소 성격이 좀 발랄한 편이라, 주변에서도 “너 로코 하면 잘할 것 같은데”라고도 해요.
맞아요, 로맨스 코미디 속 주인공을 연기하는 혜준 씨의 모습도 보고 싶네요.
로코도 좋고, 또 복잡한 감정을 그리는 정통 멜로도 해보고 싶어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처럼요. 아주 미묘하고 복잡한, 모순적이기도 한 인간의 내면을 사랑을 기반으로 그려가거든요.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울 것 같아요.

장갑이 달린 숄 Moschino. 레이어드 디자인의 데님 팬츠 Pushbutton. 안경 Burberry by EssilorLuxottica. 앵클부츠 Jil Sander. 슬리브리스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차기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캐셔로>가 후반 작업 중이라고 들었어요. 2025년 공개 예정이죠?
초능력자가 나오는 웹툰 원작의 작품이라 촬영할 때도 새로웠어요. 초능력을 표현하는 신이 많다 보니 CG가 많이 들어갈 예정이죠. 그래서 크랭크인 전까지 준비할 것도 많았고, 슛 들어간 후에는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후반 작업까지 입힌 최종 결과물이 어떤 모습일지 정말 예상이 안 가고, 저도 너무 기대돼요.
벌써 새해예요. 2025년은 혜준 씨가 만으로 서른 살이 되는 해이기도 하죠. 30대 출발점에 선 소감이 어때요?
주변에서 “서른이면 다 컸네, 어른이네” 이런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그런가? 30대는 어른의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내심 ‘30대엔 더 여유 있고 멋진 어른이 돼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근데 그냥 몇 개월 더 산 김혜준이잖아요. 어제에서 오늘 된 거고요. 내가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아서 조금 허무할 때도 있지만, 그러면서 더 단단해진 것 같기도 해요. 이런 것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오늘을 살아가자 하는 여유가 생긴 거죠. 어제는 힘들었지만 오늘은 즐겁고, 반대로 오늘 즐거워도 내일은 힘들 수도 있고…. 이런 소소한 삶이 반복돼 쌓이면, 언젠가는 제게도 그 모든 걸 잘 흘러가게 둘 수 있는 연륜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일상을 성실히 살아낸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내면의 단단함과 함께요.

퍼 코트 Michael Michael Kors.
마지막 말이 마음에 와닿네요. 이번엔 시점을 1년 후로 옮겨볼까요? 2026년의 내가 2025년의 나를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고, ‘이건 참 잘했다’ 칭찬도 하고 싶을까요?
매년 느끼는 건데요, ‘편하게 생각할걸, 그때 더 놀아둘걸’.(웃음) 연말이면 항상 한 것보다 안 한 것에 대한 후회가 더 들더라고요. 그래도 매년 올해도 잘 넘겼다, 이런 점은 스스로 기특하게 생각해요. 거창한 뭔가를 잘해냈다기보다는 스스로를 너무 갉아먹거나 무너지지 않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웃으면서 잘 버텨냈다. 2025년의 끝에서 저를 봤을 때 이런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베스트, 티셔츠 모두 Vivienne Westwood. 벨벳 팬츠, 펌프스 모두 Ferragamo. 목걸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거면 더 바랄 게 없죠. 매년 대단한 성취를 보여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맞아요. 그것도 정말 지치는 일이잖아요. 올해 이만큼 하면, 그다음엔 이만큼(큰 원을 그리며) 해야 성취일 거고, 그다음 해엔 또 이만큼(더 큰 원을 그리며) 해야 성취라고 느껴질 텐데, 그걸 벗어나면 되죠. 작년엔 이걸 했으니 올해는 이걸 해야지, 다음엔 저거 해야지. 크기를 재는 성취보다 이렇게 카테고리를 나눠서 이뤄나가면 마음이 편해져요.

니트 톱 Marc Jacobs. 스커트 YCH. 초커 Vivienne Westwood.
크기보다 카테고리, 너무 좋은 말인데요? 지혜가 가득한 답변이에요.
하하. 그러다가도 괴로울 땐 또 엄마한테, 친구한테 전화해서 “나 어떡해~” 하소연도 하고, 그렇게 숨통을 좀 트고 나면 다시 살아갈 원동력을 얻죠. 전 그거면 충분히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Credit
- Freelance Editor 이영우
- Editor 김미나
- Photographer 장덕화
- Hair 이일중
- Makeup 이봄
- Stylist 김지원 by 1VISUAL
- Assistant 이진경
- Art designer 김지원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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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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