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2000's

자유분방한 마인드와 미래지향적인 사고가 만나 패션, 뷰티 할 것 없이 재미난 옷과 메이크업이 즐비했던 2000년도. 이 시절이 재미난 이유는 1990년대 후반의 당돌한 바이브와 소위 말하는 사이버 갬성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마치 한 공간에 다른 시대 사람들이 모인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1990년대 후반의 느낌이 아직 남은 Y2K 스타일은 태닝한 피부, 짙은 화장이 특징. 하이틴 퀸카를 연상케 하는 Y2K 룩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로 중무장한 관능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는데, 가장 아이코닉한 인물은 역시나 패리스 힐튼이다. 마지막으로 2000년대를 넘어 3000년대 사이버틱한 바이브의 Y2K까지!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세기말 감성이 즐비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최악의 트렌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시절로 불렸던 2000년 스타일이지만 인스타그램, 틱톡 할 것없이 전 세계를 장악하는 중. 올 하반기에도 계속해서 유행할 2000년대 초 스타일을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다면 코스모가 말아주는 요약본을 보고 나만의 Y2K 추구미가 무엇인지 찾아보길!


어쩌면 가장 과감했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에는 아직 1990년대 감성이 남아 ‘쎈캐’, ‘핫 걸’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헤어, 메이크업 등이 유행했다. 먼저 헤어스타일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중간한 느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하늘로 치솟을 듯한 볼륨감을 연출하거나, 극단적으로 머리를 길게 풀어 헤치는 등 누가 봐도 맥시멀하게 꾸미는 게 특징. 메이크업 역시 마찬가지다. 피부 톤은 23호 이상으로 어두운 것이 특징이며, 사용하는 컬러 역시 어두운 계열이 대부분. 퍼스널 컬러와 상관없이 모두가 ‘인간 가을 웜톤’으로 살아왔던 시절이란 말씀.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눈과 입술 메이크업인데, 입술 형태는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과 거의 동일하다. 립 라이너로 입술 선을 그린 뒤 짙은 브라운 색을 발라 풀 립으로 연출하는 것이 정석. 최근에는 동일한 스타일에 립글로스를 올려 자칫 칙칙한 브라운 립에 생기를 더하며 마무리해 2024년식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은 카일리 제너, 신디 킴벌리 등 핫 걸들의 메이크업에서 자주 보이기도 한다. 이 시대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나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 블랙 섀도와 아이라이너를 눈 아래 영역까지 넓게 터치한 뒤 과한 속눈썹까지 붙이는 게 그 당시 스타일로, ‘환불 원정대’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Y2K 유행과 함께 스모키 아이 역시 유행하지만 이전과 달리 차분하고 소프트해졌다. Y2K 스타일에 푹 빠진 K팝 여자 아이돌들의 메이크업을 살펴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속눈썹과 아이라이너에만 블랙을 사용하고, 아이섀도는 그레이, 옅은 브라운 등을 믹스해 한 층 더 부드러운 인상의 스모키 아이를 완성하는 것. 여기에 핑크 색상의 블러셔를 더해 세 보이는 느낌을 중화시키면 2024년 버전의 Y2K 바이브가 완성된다.


경계 없이 쉽게 블렌딩되는 스틱 타입의 아이섀도. 블랙 컬러에 은은한 펄이 함유됐다.

입술 라인을 매끈하고 선명하게 연출해주는 립 라이너. 부드럽게 발리는 제형이 특징.


2000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역시나 패리스 힐튼이 아닐까? 상·하의 세트로 맞춘 트랙 슈트와 볼드한 액세서리 그리고 찰랑이는 금발 머리와 완벽하게 세팅된 풀 메이크업. 바비 인형을 연상케 하는 이 룩은 Y2K의 정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키 컬러는 역시나 핑크다. 1990년대 감성이 조금 묻은 Y2K 버전과 달리 메이크업이 진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보송하게 마무리한 베이스에 핑크 블러셔와 핑크빛 립글로스만 듬뿍 올려도 퀸카 바이브가 연출된다. 메이크업에 힘을 뺀 만큼 헤어 스타일링은 꽤 화려한 편. 화려한 웨이브 헤어가 주를 이뤘던 시기로, 최근에도 유행하는 허시 커트와 꽤 비슷한 면이 많다. 얼굴 턱선 아래부터 층을 내어 가볍게 연출하는 방법으로, 생머리로 연출했을 때는 무거운 느낌을 없애주고, 웨이브를 넣으면 더 풍성하게 보이도록 도와준다. 그 당시 가장 핫했던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해당 스타일을 두고 ‘최악의 시절’이라는 말이 많아서인지 역시나 Z세대에게도 다른 Y2K 스타일에 비해 선호도가 낮은 편. 공주 바이브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도 하고, 쿨한 애티튜드를 선호하는 10~20대들이 지배적이기 때문. 당시 유행한 핑크색 블러셔는 광대뼈 정중앙에 동그랗게 발라 귀엽게 연출하기보다는 눈과 눈 아래 전체적으로 발라 퇴폐적인 느낌으로 연출한다. 색상 역시 핫 핑크나 딸기 우유 핑크는 No! 뮤트한 색을 선택해 컬러가 돋보이기보다는 좀 더 힘을 빼는 중. 층이 많은 허시 커트 역시 짧은 길이로 시크하게 연출하며 더 이상 러블리한 공주가 아닌, 힙 그 자체의 퀸카로 변신 중!

헤어 스타일링을 오랜 시간 유지해주는 스프레이. 특히 볼륨, 웨이브 고정에 효과적이다.

고급스럽고 자연스럽게 빛나는 광채를 선사하는 핑크색 하이라이터. 블러셔를 별도로 사용하지 않아도 은은한 생기를 더해준다.


‘쇠 맛’, ‘쇠일러문’… 낯설지만 왠지 익숙한 이 느낌? 그렇다. 세기말 감성이 절정을 찍을 때 유행했던 사이버펑크 무드 역시 Y2K 유행과 함께 돌아왔다.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미래를 다녀온 듯 온갖 실버로 중무장한 세기말 감성은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이정현이 시도했던 무대의상이 가장 먼저 떠오를 거다. 할리우드에서는 티엘씨,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당대 최고의 핫 걸들도 자주 시도했던 룩 중 하나. 워낙 과감한 메이크업과 헤어라 절대 다시 유행하지 않을 줄 알았지만, 이걸 해낸 것은 단연 걸 그룹 에스파. 독특한 패턴의 액세서리를 얼굴 주변에 붙여 메이크업 효과를 내거나, 반짝이는 헤어피스를 머리에 붙여 화려하게 장식하며 아찔한 쇠 맛을 보여줬다. 2000년도의 사이버펑크보다 더 과감해진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메이크업에서도 맥시멀리스트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굵은 입자의 실버 글리터는 기본, 그 위에 흰색, 네온 핫 핑크, 젬스톤 등 과감하게 컬러를 터치하거나, 얼굴에 액세서리를 붙이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또 컬러 렌즈를 껴 외계인스러운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3D 네일 아트로 기묘하다 싶을 정도로 신비로움을 더해 미래적 스타일에 힘을 주며 Z세대식 사이버펑크를 완성했다.



베이지, 레드 브라운, 블루, 민트까지 독특한 색 조합으로 구성된 4구 팔레트는 포인트 메이크업에 제격이다.

화려함의 끝판왕인 거친 입자의 글리터. 빛이 닿을 때마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것이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