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둥둥 떠서 명상한다고? 요즘 뜨는 ‘플로팅 사운드 배스’ 직접 해봄
몸을 둥둥 띄운 채 싱잉볼의 소리와 진동에 온전히 몸을 맡기는 플로팅 사운드 배스. 요즘 웰니스 신에서 주목받는 이 독특한 명상법을 직접 경험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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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떠서 명상을 한다고? 수영을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에디터에게 물 위에 몸을 온전히 맡기는 일은 요르단의 사해에나 가야 가능한 경험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얼마 전 출장으로 찾은 강원도 영월 더한옥헤리티지 라온재에서 이 장면을 마주했다.
인피니티 풀 위에 커다란 튜브형 플로팅 매트를 띄우고 그 위에 누워 몸을 물에 맡기는 플로팅 사운드 배스. 수영 실력은 전혀 필요 없었다. 매트에 등을 대고 눕자 수면을 따라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싱잉볼과 징, 크리스털 플루트의 울림이 공기를 지나 물까지 타고 전해졌다. 귀로 소리를 듣는 동시에 피부로도 진동을 느끼는, 평소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감각이었다. 눈을 감고 물 위에 누워 있으니 주변의 풍경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도착 직전까지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복잡한 생각도 서서히 흐려졌다. 그렇게 온몸의 힘을 풀고 수면에 몸을 맡겼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안내도,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목표도 없었다. 그저 떠 있기. 약 20분 동안 물결과 소리, 호흡에 몸을 맡겼을 뿐인데 세션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몸이 여전히 물 위에서 흔들리는 듯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함께 체험한 사람 중에는 깜빡 잠이 들었다는 이도 있었다.
더한옥헤리티지 라온재에서 즐길 수 있는 플로팅 사운드 배스.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플로팅 사운드 배스는 물 위에 몸을 띄운 채 소리와 진동, 물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감각적인 이완과 몰입을 경험하는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인 명상이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호흡이나 특정 소리에 집중한다면, 여기에 ‘떠 있는 감각’이 더해졌다. 물이 몸을 지지하고, 수면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소리가 공간을 채워 여러 감각을 동시에 사용하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만든다.
라온재의 플로팅 사운드 배스를 기획한 더한옥헤리티지 윤인진 차장은 “처음에는 물 위에 몸을 맡기는 것이 낯설고 긴장될 수 있어요. 하지만 반복되는 소리를 하나의 집중점으로 삼는다면 호흡과 몸의 감각으로 천천히 주의를 옮겨가 모든 자극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게 되죠”라고 설명한다. 특히 라온재에서는 한옥과 영월의 산과 하늘, 바람과 물이 프로그램의 일부가 돼 인피니티 풀 위에 누우면 눈앞의 하늘과 한옥의 처마가 수면과 이어지며 장소 전체를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물에 떠서 소리를 듣는 동안 실제로 몸과 마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명상과 마음 챙김을 바탕으로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진료를 지향하는 디에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용산점 김세한 원장은 그 첫 번째 변화로 ‘긴장의 완화’를 꼽는다. “물의 부력으로 몸을 지탱하기 위해 사용하던 근육의 부담이 줄어들고, 여기에 규칙적인 소리와 진동이 더해지면서 몸과 신경계가 휴식 상태로 전환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물 위에 떠 있는 동안 외부의 자극이 줄어들고 호흡이나 몸의 감각에 집중하게 되는 것 역시 이완을 돕는 요소죠.” 싱잉볼의 울림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갑작스럽고 예측하기 어려운 소리는 뇌의 경계를 깨우지만, 일정하게 이어지는 소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극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복되는 울림을 하나의 ‘닻’처럼 삼아 다른 생각에서 벗어나 현재의 소리와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다만 싱잉볼이나 물의 진동이 특정한 질환을 치료하거나 뇌에 직접적인 의학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김세한 원장은 “개인의 컨디션이나 물에 대한 친밀도, 주변 환경에 따라 경험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어요”라며, 플로팅 사운드 배스는 의학적 치료법이 아닌 일상의 자극에서 잠시 벗어나 몸과 감각에 집중하는 웰니스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 경험에서 꽤 분명했던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생각보다 강력한 휴식이 된다는 사실. 물 위에 누워 있는 동안 스마트폰을 확인할 수도, 메일을 보낼 수도, 내일의 할 일을 정리할 수도 없다.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확인하고 다음 일정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오히려 물리적인 제약이 휴식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김세한 원장은 이를 ‘합법적이고 안전한 강제 휴식’이라고 표현한다. “현대인은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을 통해 계속해서 다음 할 일을 확인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플로팅 사운드 배스처럼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온전히 자신의 신체 감각에 집중하는 경험은 만성적인 긴장 상태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 얼마 전 다녀온 딥티크 레 리츄엘 드 수앙 론칭 행사에서는 제품을 경험하는 공간 한편에 싱잉볼 테라피가 마련돼 있었다. 또한 룰루레몬은 요가와 싱잉볼 명상을 결합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안다르 역시 요가와 싱잉볼을 결합한 클래스를, 아로마티카는 아로마 체험에 싱잉볼 연주를 더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등 뷰티와 패션을 막론하고 웰니스 경험에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운동하고, 땀을 내고, 몸을 단련하는 것만큼이나 이제는 가만히 누워 감각을 비우는 시간이 하나의 웰니스 루틴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해외에서도 이러한 경험은 점점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런던 만다린 오리엔탈 메이페어 호텔의 스파에서는 따뜻한 물에 몸을 띄운 채 아이 마스크를 쓰고 라이브 사운드 세션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영국의 웰니스 리조트 비버브룩에서도 명상과 호흡, 캔들을 플로팅 사운드 배스 프로그램에 더해 물 위에 떠서 소리를 듣는 단순한 명상을 넘어 온도와 빛, 호흡과 공간까지 설계해 일상과 완전히 다른 상태로 진입하도록 만든다. 플로팅 사운드 배스가 주는 가장 큰 경험은 어떤 생각도,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다.
특히 이 상태는 수면과도 연결된다. 김세한 원장에 따르면 수면은 크게 얕은 수면(N1·N2), 깊은 수면(N3), 렘수면 단계로 나뉘는데, 이 중 N3 수면은 신체 회복의 핵심 단계로 뇌 속 노폐물 처리가 활발히 일어난다고 한다. “몸과 신경계가 충분히 이완되지 않으면 편안하게 잠들기 어려운 만큼, 물의 부력으로 몸의 긴장을 덜어내고 외부 자극을 최소화하는 플로팅은 잠들기 전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죠.” 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필요한 요즘, 플로팅 사운드 배스는 짧지만 강력한 휴식이 될 것이 분명하다.
Credit
- 에디터 이유진
- 사진 UNSPLASH
- 자문 김세한(디에프정신건강의학과 용산점 원장)·윤인진(더한옥헤리티지 문화사업팀 차장)
- 어시스턴트 조영희
- 아트 디자이너 김진림
- 디지털 디자이너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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