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빈 바이알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공병, 이렇게 예뻐도 되나요? 뷰티업 캠페인과 함께한 생생한 전시 현장!

프로필 by 최아름 2024.10.21
보툴리눔 톡신이 담긴 작은 주사용 유리병을 ‘바이알’이라고 부른다. 일반 폐기물로 분류되는 이 작은 공병은 보툴리눔 톡신 사용량만큼이나 늘어나는 중. 매년 8만 개 이상 폐기하는 바이알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전 지구적 고민에 대한 국내 의약품 기업 한국애브비의 대답은 ‘예술’이다.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바이알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기 위해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폐바이알 업사이클링 전시회 ‘Beauty UP Paradise’를 진행한 것!

가을이 성큼 다가온 어느 날 늦은 저녁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S2A 갤러리에서 버려진 빈 바이알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한국애브비의 프로젝트, 뷰티업(Beauty UP) 전시가 열렸다. 뷰티업 캠페인은 바이알이 폐기 이후에도 새로운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아티스트와 협업한 작품을 선보이고,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를 만드는 친환경 업사이클링 캠페인이다. 뷰티업 캠페인을 통해 세상에 나온 작품에서 얻은 수익금은 성형 취약 계층 및 저소득층을 위한 재건 수술 지원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전시실로 들어서자 컬러 블로킹이 인상적인 화폭들이 갤러리 벽면을 장식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가 지닌 예술적 시선과 바이알 특유의 곡선이 작품에 입체감을 더하는 듯, 내부는 밝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전시 오픈에 앞서 한국엘러간 에스테틱스-애브비 컴퍼니 박영신 대표는 “이번 이벤트는 자원 절약과 환경보호에 동참하며,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제공하기 위한 우리 노력의 결실이며, 의료진의 합심이 실질적 사회적 기여로 이어질 수 있어 의미가 더 크다”라는 축사를 전했다. 박영신 대표의 말처럼, 뷰티업 캠페인의 숨은 공신은 바로 의료진이다. 바이알을 직접 사용하는 병원 34곳의 의료진은 뷰티업 캠페인을 위해 공병 수집에 힘을 모았다.


이렇게 모인 바이알 공병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건 엄아롱·이창진 업사이클링 작가다. 이창진 작가는 피부색과 입술 색 등 다양한 색감을 활용해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표현했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신윤복의 <미인도> 등 동서양의 미인도를 모티브로 컬러 배색을 완성했고, “a journey in original beauty(근원적 아름다움을 향한 여행)”라는 문장을 중심으로 미감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도출해내는 작업이었다. 엄아롱 작가는 기후변화로 생존을 위협받는 다양한 종의 동물이 지닌 표정과 인간의 얼굴을 대조적으로 표현하는 조형 작품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다채로운 컬러를 지닌 바이알 공병을 채워넣은 프레임 위에 새겨진 반달가슴곰, 코뿔소, 아프리카코끼리 등은 익살스럽고 명랑한 컬러와 대비되는 깊은 의미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다. 이날 전시한 작품들은 전시 현장에 참석한 의료진이 구매했다는 후문.

ESG 경영 실천을 위한 의료계의 노력 가운데서도 한국애브비의 행보는 단연 돋보인다. 빈 바이알 세척으로 인한 2차 환경 부담까지 최소화하기 위해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남은 약품을 씻어내고, 의료진의 바이알 수거 동참을 유도하는 등 그린 워싱 없는 ‘진짜’ 친환경적 업사이클링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바이알 1개를 재활용할 때마다 100W 전구를 4시간 동안 켤 수 있는 에너지가 절약되고, 유리 생산 시 발생하는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각각 20%, 30%나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한국애브비의 뷰티업 캠페인은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친환경 업사이클링 캠페인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듯하다.

INTERVIEW
아비쥬의원 청량리점 정문규 대표원장

아비쥬의원 청량리점 정문규 대표원장

캠페인 초기부터 ‘Beauty UP Paradise’를 위한 바이알 수거에 동참했다고요. 오늘 작품들을 만나보니 어떤가요?
사용한 바이알로 병원 벽면을 장식한 적이 있었어요. 그땐 멋진 작품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수거 이후 이렇게 훌륭한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니 감회가 새로워요. 익숙한 유리병이 이토록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무엇보다 작품으로서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작품을 구매했어요.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가요?
최근 병원을 확장해서 넓은 진료 공간이 생겼습니다. 병원에 배치해두고 환자들이 병원에 들어오면서 긴장도 푸시고 밝은 마음으로 오실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또 이렇게 버려지는 바이알 공병이 작품이 된 것을 보고 시술받으시는 분들의 자신감도 높아지실 것 같아요. ‘내가 받은 의료 시술이 이렇게 환경적 발걸음으로 사용되기도 하는구나’ 여길 수 있으니까요.

뷰티업 캠페인을 위한 응원의 한마디도 부탁합니다.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위한 뷰티업 캠페인이 오랫동안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의료진과 환자에게 알려져 다양한 참여 기회가 생겼으면 하고요. 이런 시도들이 계속돼야 비로소 업사이클링을 넘어 새로운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도 자연히 자리 잡아갈 것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론 뷰티업 캠페인의 다음 기획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기도 하고요.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Credit

  • Editor 최아름
  • Freelance Editor 박민정
  • Photo by 이수환
  • Art designer 김지은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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