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일등 항해사 김승주, 바다 한 가운데 서서
일등 항해사 김승주는 오늘도 바다 위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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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를 따라 항해사가 되었다고요.
오빠가 한국해양대학교 기관공학부에 재학 중이었던 터라 학교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어요. 오빠는 극구 반대를 했지만 단순히 취직이 보장된다는 말에 해사수송과학부에 입학했죠. 학교에서 1-2학년 때는 이론을, 3학년 때는 실습수업을 하면서 1년 동안 배를 타는데 그 안에서의 생활이 저와 잘 맞았어요. 지금 타는 4~5만톤 화물선에 비하면 3천톤짜리 매우 작은 배예요. 작은 배는 파도, 바람처럼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요. 배 안에서 책을 읽으며 수업이 이뤄지니 멀미는 예삿일이에요. 수업이 시작하고 한 명씩 빠져나가는 식이죠. 갑자기 마지막에서 두 번째까지 버틴 기억이 나네요. (웃음)
항해사가 천직이신가봐요.(웃음) 입학 후 학교생활은 어떠셨어요?
입학과 동시에 지문항해학, 천문항해학처럼 전문적인 내용을 배우니까 어려움도 많았어요. 또 기숙사에 살면서 매일 인원점검이나 체력단련처럼 규율 잡힌 생활을 해요. 2학년 여름방학엔 생존 수영을 배우는 해양 훈련도 진행하고요. 당시엔 그것들의 중요성을 알지도 못했는데 바다 위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죠. 항해사가 되기 위해 일부러 역량을 키우고자 노력한 부분도 있어요. 한번은 시뮬레이션 센터에서 동기들과 선장, 항해사, 조타수 역할을 나눠 배를 몰았는데, 제가 선장 역할을 할 차례였어요. 엄청 좋은 수로에 어선과 범선이 몰려왔죠. 명확한 오더를 내려야 하는데 어떠한 결정도 못 하겠더라고요. 원래도 제가 점심 메뉴 하나 선뜻 고르지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그 순간 어떤 배와 부딪히면서 화면이 정지되고 시뮬레이션이 끝났어요. 그대로 얼어버렸죠. ‘우유부단한 성격이 인명사고를 부를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때부터 되도록 빠르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찰나의 판단이 큰 결과를 부르는 직업이군요.
맞아요. 그래서 각자의 역할도 명확히 나뉘어 있죠. 경험이 많은 선장은 큰 결정을, 항해사는 일상적인 판단을, 조타수는 세밀한 타 조정을 해요.
졸업과 동시에 모두 항해사가 될 수 있나요?
대학에서 이론과 실습수업을 모두 이수하면 3급 해기사 면허가 주어져요. 상사에 취업하면 3등 항해사가 되는 거죠. 3급 해기사 면허로는 2등 항해사까지 될 수 있는데 1등 항해사가 되려면 2급 해기사 시험을 치러야 해요. 시험에 합격한 후 다시 2년간 경력을 쌓아야 2급 해기사 면허를 받을 수 있어요. 이후에 경력을 쌓아 선장이 되는 구조고요. 저는 2급 해기사 면허를 보유했고 현재 1등 항해사로 일하고 있어요.
항해사의 1년은 어떻게 흘러가나요?
저희는 1년 단위로 시간을 계산하지 않아요. 내가 탄 배의 개수가 기준이죠. 보통 6-8개월 동안 배를 타고 1~4개월을 쉬는 듯해요. 저는 10번째 배를 타고 내렸어요. 한 달 후에 다시 11번째 배를 탈 예정이라 제게는 2023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셈이죠.


시간 개념도 달라지는군요. 배에서의 매일은 어때요?
저는 오전 4시부터 8시까지 당직을 서요. 이후에 갑판 정비조와 배에 정비가 필요한 부분을 회의를 통해서 정하고 갑판의 부식된 부분을 제거하는 청락작업을 지시해요. 그다음 서류 업무 등을 하고 점심을 먹어요. 오후 회의 후에 갑판 순찰을 하고 일 진행 상황을 체크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이제 자유 시간이 주어지는 거죠. 반대로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기 위해 항에 정박할 때면 화물관리 업무를 하느라 조금 더 바쁘죠.
전세계 항해사 중 여자는 0.12%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봤어요. 실제 배안의 선원의 남녀 성비는 어떻게 되나요?
그간 배를 타면서 저 역시 여성 선원과 함께 한 건 단 한 번이에요. 그마저도 실습생 친구였죠. 그렇다고 제가 여자라서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어요. 여자 항해사를 처음 만나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많았죠. 되려 많이 배려해주시기도 했고요. 물론 여자 동료들과 퇴근 후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싶을 때도 있지만요(웃음). 대신 저는 배 안의 저 자신을 중성적으로 바라보아요. 메이크업 대신 민낯을 드러내고 일하는 게 단적인 예가 될 수 있겠네요.
반대로 육지로 휴가를 나올 때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친구들과 치맥하며 수다를 나누는 시간이 새삼 애틋할 듯해요.
그럼요. 첫 휴가 때는 자유가 참 좋았어요. 맘껏 먹고 자고 쉬었죠. 근데 남는 게 없더라고요. 배를 타는 의미도 희미해지고요. 저는 남들보다 시간이 없는 사람인데 계획이 없으면 무한정 시간을 흘려보내기 십상이에요. 그 이후로는 휴가마다 테마를 만들었어요. 테마에 따라 캐나다로 여행을 떠났고 바디 프로필을 찍었어요. 책도 두권이나 썼고요.

지난 10년간 남들보다 빠르게 결정하고 확실하게 행동하는 걸 배운 듯해요.
이걸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일이 있었어요. 한번은 황천항해이라고 날씨가 악조건일 때 배를 몰아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항해사들은 모두 공감할 텐데 ‘대서양의 겨울철’이 특히 안 좋아요. 집채만 한 파도가 형성되는 태풍을 마주해야 하죠.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날을 몇 번 맞이하고 나니, 일상적인 것에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동시에 사사로운 감정에 연연하지 않는 법도요.
「
🔍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일등 항해사 김승주님에게 물었습니다!
」김미경 강사님, 법률스님처럼 다양한 연사들의 좋은 강의를 많이 찾아 들어요. 또 저와는 전혀 관련 없는 분야도요. 새로운 시야가 열리는 느낌이에요. 반대로 다이어리를 꾸준히 쓰고 있어요. 하루동안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가시적으로 정리해서 일상을 다시 살펴보는 식이죠.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내외. 이동시간 등을 활용해 짬짬이 확인하는 편입니다.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구글 엑셀시트,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그리고 네이버 날씨요.(웃음) 구글 엑셀시트에 매일의 스케줄을 정리해 수시로 확인하는 편입니다.
Credit
- Freelance Editor 유승현
- Photo 개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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