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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결산은 이거로 끝! 2023년도 밈 총정리

전지적 <코스모> 시점에서 2023년 한 해를 되돌아봤다. 올해의 챔피언부터 광고, 감독, 원작, 유튜브, 졌잘싸, 무리수, 히로인, 폭스, 팝업 스토어, 위기, 심지어 올해의 왜 저래까지. 요모조모 뜯어가며 상찬하고 비판하고 참견해본 한 해의 결산!

프로필 by 이예지 2023.12.06

24 올해의 감독 그레타 거윅

바비 인형의 전형성을 비틀고 가부장제를 풍자한 페미니즘 영화 <바비>는 2023년 전 세계 최고 흥행작이자 역대 전 세계 개봉 영화 중 흥행 14위, 여성 감독 단독 연출 작품 중 최초로 10억 달러 흥행 수익 돌파 등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영화 역사를 다시 쓴 작품이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언제나 크고 작은 여성 서사를 만들어왔다.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작은 아씨들>로 자매의 우애와 성장을 담았고, 골든글로브상과 전미비평가협회상을 휩쓴 <레이디 버드>로 남들과 다르고 싶은 10대 여성의 사춘기를 그렸으며, <매기스 플랜>의 주체적인 여성 매기, <프란시스 하>의 자유로운 댄서 프란시스를 연기하기도 했다. 매번 자신의 커리어를 갱신하며 성큼성큼 나아간 그레타 거윅은 넷플릭스 시리즈로 리부트될 <나니아 연대기>의 감독직을 제안받은 상황. 지난여름, 가장 멀리 나아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는 <코스모폴리탄>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게 남은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20년 정도겠죠. 그렇기에 저는 쉬지 않을 거예요. 계속해서 만들고, 나아갈 거예요. 그게 제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이겠지요.”
 

25 올해의 뉴 페이스 라이즈 원빈

SM이 2016년 NCT 이후 약 7년 만에 선보인 새로운 보이 그룹 ‘라이즈’의 일곱 멤버가 공개됐던 8월 1일 0시, 각종 SNS와 커뮤니티는 뒤집어졌다. NCT 출신의 성찬과 쇼타로, 가수 윤상의 아들인 앤톤의 데뷔 소식에 대중의 관심이 쏠린 동시에 비공개 연습생이었던 원빈(더 정확히 말하면 원빈의 얼굴)을 향한 찬사와 쾌재가 쏟아진 것. “원빈의 등장만으로 세대교체는 이미 끝났다”, “어디서 이런 인물을 찾았을까?”, “그동안 왜 꽁꽁 숨겨놨는지 이해되는 비주얼이다”…. ‘원빈’이라는 두 글자는 화제성을 방증하는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를 새벽 내내 장악하며 K-팝 신에 화려한 등장을 알렸다. 덕분에 라이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은 개설 4일 만에 팔로어 100만 명을 돌파했고 첫 번째 싱글 ‘Get a Guitar’는 초동 101만 장으로 최단 시간 밀리언 셀러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과연 라이즈는 걸 그룹의 기세에 밀려 영 힘을 쓰지 못했던 보이 그룹 시장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 라이즈 말고 별다른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
 

26 올해의 위기 이상기후

“오늘 날씨 왜 이래?” 하며 넘어갔던 날들을 모아 떠올려보라. 지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건 이미 느꼈을 것이다. 봄엔 꽃들이 순서도 없이 우르르 피고 졌다. 여름 집중호우는 더 이상 ‘장마’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수시로 퍼부었다. 늦가을인 11월에 반팔을 입었다가 곧바로 패딩을 꺼내 입었다. 최근엔 북극에 폴리냐(해빙으로 둘러싸인 얼음 구멍)가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올겨울 역대급 한파가 예상된다고 한다. 2년 전,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연교차가 커 날씨 변화에 둔감한 한국인들이 지구온난화를 체감할 정도면 전 세계가 무너지는 상황일 것”이라 예측했다. 실제로 올해 여름 이탈리아엔 눈이 내렸고 미국은 19일 연속 43℃를 넘어 사망자가 속출했다. 캐나다는 산불로, 리비아는 대홍수로, 브라질은 가뭄으로 고통을 겪었다. 엘니뇨 현상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그린피스에 따르면 기후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9년 뒤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물론 수도권부터 주요 지방 도시까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이라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생활양식과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지구의 골든 타임은 7년 남았다고 한다.
 

27 올해의 본새 난 멋이 없는 건 안 해

서바이벌의 맛이란 이런 거였지, 하고 다시금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이하 스우파2)에 과몰입하게 만들었던 2화. 메인 댄서 자리를 두고 각 크루 댄서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친 계급 미션 현장에서 ‘스모크’ 챌린지와 함께 탄생한 희대의 명대사가 있었으니, 바로 울플러 리더 할로의 한마디였다. 메인 댄서 자리를 뺏기 위해 가장 좋은 안무 대신 뺏기 쉬운 안무를 선택하는 크루 사이에서 할로는 단호하게 말한다. “난 멋이 없는 건 안 해.” 설사 메인 댄서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신을 속이거나, 어쭙잖은 수 같은 건 쓰지 않겠다는 할로의 정공법은 댄서로 살아온 시간 동안 차근히 쌓아온 프라이드이자, 그가 지켜온 삶의 방식일 테다. 짧은 한마디 말에서 온전히 느껴지던 그의 태도는 심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춤’과 ‘힙합’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그가 <코스모폴리탄>과의 인터뷰에서 일말의 망설임 없이 내뱉은 말도 이곳에 덧붙여둔다. “춤에 있어서 후회하는 건 전혀 없어요. 지금껏 제가 해온 선택은 모두 맞았다고 생각해요. <스우파2>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도요.”
 

28 올해의 헤드라이너 김창완 밴드

“내일모레가 입추예요. 저희한테 시간이 없습니다. 여름을 잡고 싶지 않으세요? 자, 여름 사냥을 가겠습니다!” 일흔 살 노장 프런트맨을 따라 ‘우두두다다’ 달려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여름 사냥은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김창완은 물 한 번 들이켜지 않고 17곡을 내리 불렀고, 관객들은 역대급 규모의 슬램 존과 세 개의 서클 핏을 만들어 놀았다. 그 열기에 스태프들까지 ‘개구장이’처럼 뛰어놀았을 정도.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만든 건 ‘원조 K-사이키델릭 사운드의 위엄’ 때문만은 아니었다. 청년들은 그의 시적인 노랫말에 위로받았고, 그의 열정적인 태도에 그토록 바라던 ‘진짜 어른’의 모습을 발견했다. 할아버지 밴드 아니냐며 의아해하던 사람들까지도 록 스피릿에 감화돼 “아빠!”를 외쳤다. 김창완의 말대로 청춘의 스탬프를 찍고 돌아온 나는 “김창완 아저씨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허리와 발목을 갈아 끼워야 할 것 같다며 호소하는 우리와 달리 다음 날 아침 거뜬히 라디오를 진행하는 ‘낭만 록 대부’를 동경하면서 말이다.
 

29 올해의 졌잘싸 신유빈

과거 <무한도전> <스타킹>에서 묘기 수준의 탁구 실력을 뽐내던 될성부른 떡잎, 국민 탁구 신동 신유빈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탁구 강국 중국을 상대로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 여자 단체전과 혼합 복식, 여자 단식에서 값진 동메달을 거머쥔 것. 특히 세계 랭킹 1위인 탁구 천재, 중국 쑨잉샤 선수와 치렀던 여자 단식 준결승전을 올해의 ‘졌잘싸’ 경기로 꼽는다. 근소한 차이로 동메달에 그치긴 했으나, 불리한 세트 스코어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침착하게 집중하는 모습은 프로페셔널 그 자체였다. 신유빈은 지는 경기에서도 배울 것이 있어 재미있고, 1년 뒤 파리 올림픽에서는 한층 성장할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 해 한 해 성장하는 신유빈은 내년엔 우리를 얼마나 놀라게 할까! <코스모>도 기대하고 있겠다.
 

30 올해의 맛 청양마요

날고 기는 편의점 신상 화수분 속, 올해의 품절 신화는 ‘먹태깡’이 이어갔다. 고소한 첫맛으로 시작, 알싸한 끝 맛으로 마무리되는 먹태깡의 근간은 ‘청양마요’ 맛에 있다. 먹태깡의 인기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자 온갖 청양마요 맛 스낵들이 재조명, 혹은 새롭게 출시되는 사태도 이어졌는데, 황태킹, 먹태이토, 빠새!, 오잉 노가리칩, 먹태쌀칩, 청양마요맛 새우칩 등이 그것.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매콤 고소한 맛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청양마요에 이렇게나 ‘기출변형’이 많다는 것은 그 인기를 방증한다. 특히 먹태깡 특유의 토속적인 재료와 트렌디한 맛의 조화는 새로운 것을 찾는 MZ의 입맛에도 딱 맞았을 터. 2014년에 ‘허니버터칩’, 2020년에 ‘꼬북칩’이 있었다면 2023년은 ‘먹태깡’이 있었다.
 

31 올해의 드림카 랜드로버 디펜더 130

다꾸, 폰꾸 등 각자의 아이템을 개성대로 DIY하는 것이 트렌드다. 여기에 자동차도 빠질 수 없지! 디펜더는 옵션으로 100개가 넘는 액세서리를 제공해 취향에 맞게 차량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자동차 같은 고관여 제품이라도 한번 유행을 타면 도로에서 같은 차를 만나기 십상인 한국에서,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디펜더는 좋은 돌파구가 된다는 말. 올해 디펜더는 성인 8명이 탑승할 수 있는 초대형 SUV 모델인 130을 선보였다.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달리지만, 온로드에서의 편의성도 포기하지 않았다. 노면 상태를 감지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돼 노면 상태에 알맞게 주행이 가능하고 T맵 역시 기본 사항이라 한국 운전자들의 가산점까지 두둑히 챙긴 셈. 이것만으로도 디펜더 130은 올해의 차로 조명하기 충분하다.
 

32 올해의 챔피언 안세영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 경기 중 무릎 힘줄이 파열되는 부상에도 끝내 금메달을 거머쥔 안세영은 붕대와 파스를 덕지덕지 붙인 채로 취재진 앞에 섰다. “이를 악물고 끝까지 뛰었습니다. 한순간도 이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저 한 점 한 점만 생각했습니다.” 안세영은 숙명의 라이벌 천위페이 선수를 상대로 1세트에는 가볍게 승기를 쥐었지만, 수비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고 2세트는 상대 선수에게 내주기도 했다. 공격을 최소화하며 한 보 후퇴를 선택한 안세영은 상대의 체력을 방전시키는 묘수를 썼고, 결국 승리를 거뒀다.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치고 담담한 어조로 소감을 전한 안세영은 경기가 끝난 뒤 쇄도하는 각종 섭외 요청에 이렇게 답했다. “메달 하나로 특별한 연예인이 된 것도 아니고, 오늘 하루 잘 이겨나가며 묵묵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수많은 선수들과 같은, 선수 안세영입니다.” 금메달리스트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 대신,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여준 안세영. 챔피언의 품격이란 이런 것이다. 

Credit

  • editor 이예지/천일홍/김미나/박한나
  • illustrator 김현주
  • art designer 김지은
  •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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