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제니의 파파라치 사진이 요즘 럭셔리? 지금 부자들이 입는 코디법은 바로 이것

느슨하고 헐렁한 차림, 일하다가 언제든 바로 떠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사람이 요즘식 부자라고요

프로필 by 서지현 2026.06.08

최근 랄프 로렌이 주최한 출장에 다녀왔다. 1박 2일 일정 중엔 신제품 프레젠테이션도, 브랜드 본사에서 날아온 누군가와 함께하는 미팅도, 셀럽과 취재진이 뒤섞여 시끌벅적한 파티도 없었다. 대신 강원도의 선선한 초여름 바람과 느긋한 햇빛을 피부로 맞았다. 때때로 산책을 했고, 해가 지면 책을 읽다가 샴페인을 즐겼다. 어떤 자극도 숙제도 주어지지 않은, 말 그대로 여행에 가까운 이 출장의 목적은 랄프 로렌 2026 스프링 캠페인인 ‘Sporting Life’에 대해 알리는 것. 그리고 참여자가 생각하는 스포팅 라이프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스포츠를 넘어 더 나은 삶을 향한 태도’라 제안했고, 디자이너 랄프 로렌은 “더 나은 삶을 꿈꾸도록 영감을 주는 삶의 방식”이라 말했다. 에디터도 나름 비슷한 답을 얻었다.


MICHAEL KORS

MICHAEL KORS

DOLCE & GABBANA

DOLCE & GABBANA

ISABEL MARANT

ISABEL MARANT

Zoë Kravitz

Zoë Kravitz

loewe

loewe


다시 마감이 한창인 늦은 밤 사무실, 문득 그날의 풍경이 떠올랐다. 곧이어 가장 체험적이고 근사한 방법으로 시즌 메시지를 전달한 브랜드의 여유가, 그리고 당시의 에디터 자신이 무척 부러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팬데믹 이후 콰이어트 럭셔리의 광풍이 불 적부터, 언제든 여행이 가능한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부자’라는 게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고급 자동차, 보석처럼 정착된 재산이 부유함의 척도인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긴 휴가나 유연한 스케줄로 대변되는 ‘이동성’ 자체가 새로운 럭셔리를 정의한다. 글로벌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비싼 땅에 매장 대신 레스토랑을 내고, 호텔을 지어 물건 대신 머무는 경험을 팔기 시작한 것도 ‘뉴 럭셔리’에 대한 깊은 동의에서 나온 활동들이다. 얼마 전 신제품을 공개한 리모와 역시 슈트케이스의 새로운 기능이나 컬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여행과 이동에 최적화된 업계의 선구자들과 대담을 이어가는 필름 제작을 프로모션 방향으로 택했다(바로 <코스모폴리탄>과 함께!). 인터뷰에서 박천휴 작가는 “이동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차가운 세안 같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DIOR

DIOR

ICEBERG

ICEBERG

CALVIN KLEIN

CALVIN KLEIN


그렇다면 ‘럭셔리’에 대한 정의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쉼 없이 옷으로 표현하는 패션계는 어떤 결론을 내놓았을까? 2026 S/S 시즌 런웨이 역시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럭셔리의 해답임을 가리키고 있었다. 컬렉션 전체에 넘실거리는 스카프, 오버 프레임 선글라스, 보트 슈즈와 크로셰 니트, 오버사이즈 테일러링과 빅 백 등의 아이템들은 언제든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구축한다. 디올은 헐렁한 블라우스를 무심히 걸치고 커다란 가방을 옆구리에 꼈다. 페라가모는 프린지 스커트 위에 편안한 재킷을 걸쳤고, 까르벵은 버터 옐로 코트를 질질 끌고 걸었다. 캘빈클라인의 모델들은 호텔 룸 슈즈를 신고 런웨이에 나온 사람들 같았다. 흥미로운 공통점은 느슨하고 편안한 형태와 태도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하이힐 대신 슬리퍼를 끌고, 각 잡힌 드레스 말고 골반까지 끌어 내린 바지를 입고, 당장 입고 자도 무방할 파자마를 걸친 사람이 진정한 여행자이자 럭셔리라는 답을 내린 셈이다.


JENNIE

JENNIE

CARVEN

CARVEN

Etro

Etro


한 해의 절반은 해외에 있다는 슈퍼스타 제니만 봐도 리얼웨이 역시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조이 크라비츠, 켄달 제너, 페기 구, 로제 등 세계를 누비는 코즈모폴리턴들을 보라. 일터에서 곧장 비행기를 타고 떠나도 어색하지 않은 슬라우치 실루엣, 화장기 없는 얼굴에 걸친 새까만 선글라스는 ‘꾸안꾸’의 상징이기도, 동시에 여행 가능한 ‘계급’을 나타내는 장치기도 하다. 날씨마저 도와주는 요즘 같은 때 누구든 못 할 것 없는 이 쉬운 스타일을 갖춰 입고 집 앞 산책부터 나선다면 그게 바로 럭셔리다. 결국 지금 럭셔리는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가볍게 떠날 수 있는가에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Credit

  • 에디터 서지현
  • 사진 GETTY IMAGES / IMAXtree.com
  • 어시스턴트 이예은
  • 아트 디자이너 김지은
  • 디지털 디자이너 이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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