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이론이 아닙니다, 직접 해봐야 압니다 #러브이코노믹스
주식처럼 타이밍을 재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합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경험하고 부딪히며 쌓아가는 감정의 데이터. 그 과정을 이야기하는 코스모의 새로운 연재 시리즈, <러브 이코노믹스>가 막 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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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대투자의 시대다.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모였다 하면 주식 얘기다. 점심시간에는 코스피 밸류에이션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퇴근길 맥주잔 위로는 미국 증시 일정과 환율, 금리 이야기가 둥둥 떠다닌다. 하도 안 가서‘박스피’라고 놀림받던 코스피가 일 년이 채 안 돼 2배도 넘게 뛰었으니, 이쯤 되면 주식 안 하는 사람이 시대에 뒤처진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그렇다 보니 그동안 관망만 하던 사람들까지 슬슬 조급해진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나?” “삼성전자 지금 사면 늦었나요?” 조급함은 시장의 가장 오래된 입문서다. 그래서인지 나를 만나는 많은 사람이 내게 묻는다. “지금 투자해도 돼? 말아?” 그럴 때면 나의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다. “응. 지금 딱 좋아. 당장 시작해.” 또 나는 로맨스 드라마를 쓰는 작가이자, 몇 번의 연애를 거쳐 지금은 ‘장기 연애’라는 장기 보유 포트폴리오 포지션에 들어와 있는 여자 사람이다. 날이 따듯해지고 봄바람이 불어오니 주변 지인들이 종종 묻는다. “일이 바쁜데 연애를 시작해도 될까?”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도 될까?”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도 언제나 한결같다. “응. 지금 딱 좋아. 당장 시작해.”
연애 시장에서도, 투자 시장에서도 나의 포지션은 속된 말로 ‘무지성 롱충이’다. 무조건 오를 거니 지금 바로 뛰어든다는 뜻이다. 시장이 좋을 때도 좋지 않을 때도, 여건이 될 때도 되지 않을 때도 나는 언제나 재지 말고 투자에, 사랑에 뛰어들라고 말한다. 내가 모든 사랑에 성공하고, 모든 투자에 수익만 봐서 이렇게 무지성 롱충이가 된 걸까? 당연히 아니다. 나도 이별이라는 시궁창에 빠져 울며불며 진창 굴러보기도 하고, 3개월 만에 원금이 반 토막 난 적도 있다(네이버, 카카오야 듣고 있니? 너희 얘기야). 주식으로 깡통 찬 사람이 많은 것도 알고, 사랑으로 피폐해진 사람이 수두룩 빽빽한 것도 안다. 사랑은 세상에서 제일 위험하고 치명적인 투자 상품이다. 원금 보장은 없고, 예상치 못한 급락도 있으며, 한 번 잘못 들어가면 감정도 계좌도 시퍼레져서 밤잠을 설친다. 그런데도 나는 투자를, 사랑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사랑과 투자는 결국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가만히 둬도 굴러가는 매끈한 원형이 아니라 20면체 주사위에 가깝다. 굴려보기 전에는 바닥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연애에서는 손잡는 데만 석 달 걸리는 숙맥이던 사람이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상품만 구매하는 공격적 투자자일 수 있고, 차트 앞에서는 냉정하던 사람이 침대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담해질 수도 있다. 시작해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사람은 한 장짜리 투자 설명서로 요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좋아하면 직진하는 사람인지 지켜보는 사람인지, 거절에 강한지 약한지, 애매한 관계를 즐기는지 부담스러워하는지, 섹스 앞에서 솔직한 사람인지 부끄러움이 더 앞서는 사람인지…. 이런 건 누구도 대신 가르쳐줄 수 없다. 시장이, 타인이, 관계가 그리고 욕망이 나를 한번 뒤집어줘야만 보인다. 손실을 각오하고, 상처를 각오하고, 때로는 보기 좋게 망할 각오까지 하면서 말이다. 여기까지 읽고 공감한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투자와 사랑을 시작할 수도 있겠고, 혹은 납득하고 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그래, 해야 하는 건 알겠어. 그런데 꼭 지금 당장 해야 해?” 이해한다. 시장은 전쟁 한 번, 정치 이벤트 한 번, 중앙은행 발언 한 번에 방향을 바꾸고, 사랑은 답장 하나, 표정 하나, 섹스 이후 침묵 한 번에 세계가 뒤집힌다. 변동성은 늘 두려운 일이고, 5만원에도 안 사던 삼성전자를 20만원에 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여전히 “당연하지. 지금 바로 시작해!”이고 그 이유도 아주 경제적이다. 사랑도 투자도 시간이 쌓아주는 ‘복리’기 때문이다.
복리는 간단하다. 내 돈이 벌어온 수익이 다시 원금에 붙고, 그 불어난 원금이 또 다음 수익을 만든다. 복리의 수익은 처음엔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미미하다. 너무 미미해서 지루하게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기울기가 달라진다. 직선처럼 보이던 것이 가파른 곡선으로 뻗어 오르기 시작한다. 복리는 늘 초반이 지루하고, 후반이 무섭다. 그래서 복리의 세계에서는 완벽한 준비보다 빠른 입장이 훨씬 중요하다. 초반의 서투름조차 나중에는 복리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사랑도 똑같다. 누군가를 좋아해본 경험, 거절당해본 경험, 내 욕구를 말해본 경험, 만족스러운 섹스를 해본 경험, 싸워본 경험, 화해해본 경험, 상처를 회복해본 경험 등은 전부 다음 사랑의 원금이 된다. 그 사랑이 성공이었든 실패였든 상관없다. 오히려 가장 배울 점이 많은 건 실패한 사랑, 실패한 섹스다. 잘 안 맞는 리듬, 말하지 못한 욕망, 애프터케어의 부재 같은 것들은 다음 관계에서의 나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은밀한 것일수록 ‘겪어봐야 아는 것’의 영역이 크기 마련이다. 첫 투자, 첫사랑, 첫 섹스는 모두 서툴고 촌스러울 것이다. 카사노바도 첫사랑과 결혼하진 못했고, 워런 버핏도 첫 투자에는 실패했다. 당신도 한 번쯤은 이상한 사람을 만나 상처를 입을 것이고, 이상한 종목, 소위 ‘개잡주’를 미련하게 물고 있다가 뼈아픈 손절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다음이 생긴다. 당신의 지난 사랑이 망했는가? 축하한다. 지난 사랑의 실패에서 얻은 손실이 데이터가 돼 쌓이고, 그제야 생기는 당신만의 룰. 다음 사랑을 위한 당신의 원금이 크게 불어났다. 그 원금은 다시 더 나은 선택을 만들고, 더 정확한 경계를 만들고, 더 세련된 애정 표현을 만든다. 사랑은 낭만으로 굴러가는 것 같지만, 실은 굉장히 축적의 세계다. 그래서 복리는 무조건 시간 싸움이라는 거다. 사랑과 투자는 둘 다 일찍 망해본 사람이 빨리 성장하는 분야다. 복리는 천재보다 시간을 더 사랑한다. 물론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말은 조급하게 굴라는 뜻이 아니다. 아무나 붙잡고 사랑하라는 말도 아니고, 아무 종목이나 사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복리의 세계에서는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손실이다. 당신이 기다리는 동안 시장은 움직이고, 사람은 늙고, 감정은 굳고, 용기는 마른다. 내 주변에 늘 “조금만 더”를 입에 달고 사는 지인이 있다. 주식 얘기만 나오면 “조금만 더 떨어지면 살게”, 연애 얘기만 나오면 “조금만 더 괜찮은 사람 나타나면 할게”라고 말한다. 그는 결코 멍청하지 않다. 오히려 똑똑하다. 뉴스도 보고, 차트도 잘 분석하고, 사람도 잘 읽는다. 문제는 ‘안다’는 데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수업료는 무지가 아니라 애매한 지식이다. 조금 아니까 더 계산하고, 조금 아니까 더 타이밍을 재고, 조금 아니까 모든 파동을 다 발라먹을 수 있을 거라 착각한다. 발바닥에서 사서 머리끝에서 팔겠다는 사람은 대개 아무것도 사지 못한다. 100퍼센트 딱 맞는 상대가 나타날 때까지 고백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대개 아무도 못 만난다. 시장에서 아무리 오래 구른 사람도 완벽한 진입 타점 따위 맞출 수 있을 리가 없다.
우리에게 가장 유한하고 아까운 것은 손실이 아니라 진작 뛰어들 수 있었는데 상처받을까 봐 망설이느라 놓쳐버린 ‘시간’이다. 아무리 큰 손실도 복구 가능하고, 아무리 깊은 상처도 회복 가능하지만, 지나가버린 시간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20대의 사랑과 30대의 사랑과 40대의 사랑은 다르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사랑하고 있지만 더 이상 스무 살처럼 사랑할 수는 없다. 사랑의 사이클이 비슷하게 돌아오더라도 그 순간의 감정 디테일은 절대 같을 수 없다. 물릴 수 있고, 손해 볼 수 있고, 상처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익과 사랑은 그걸 감수하고 뛰어드는 자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한결같이, 대쪽같이 주장한다. 지금만큼 투자하기 좋은 때가 없고, 지금만큼 사랑하기 좋은 때가 없다고.
사랑과 투자는 사이클이라는 큰 궤를 같이한다. 둘 다 도입부가 있고, 열정기가 있으며, 냉각기와 회복기가 있다. 우리는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해 경제와 사랑이라는 큰 사이클 속에서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때로는 손절하고, 때로는 추가 매수하는 리스크 관리로 사랑과 투자 모두 상한가에 도달해보고자 한다. 시간의 복리로 감정과 자산을 늘려감은 물론, 최종적으로는 시장과 감정에 휘둘리는 개미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내 것을 온전히 내가 주도할 수 있는 전략적 컨트롤러가 돼보고자 한다. 계좌를 열고, 마음을 열고,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 범위를 확인했다면 더 이상 미룰 이유는 없다. 수익도 사랑도 늘 참여한 사람의 몫이다. 준비됐으면 러브 마켓, 이제 개장합니다!
writer 니주(작가)
Credit
- 에디터 김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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