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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패션 피드에 자꾸 보이는 ‘자고류’, 뭐 하는 브랜드일까?

패션 산업이 기술과 효율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지금, 자고류는 오히려 자연과 천연염색, 그리고 소량 생산이라는 방식을 고집한다. 빠른 속도로 소비되는 옷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며 완성되는 옷을 만들겠다는 태도다. 자고류는 효율과 속도 대신, 축적과 과정으로 브랜드의 기준을 세운다.

프로필 by 김성재 2026.02.12

자고류는 동양적 무드를 바탕으로 천연 염색과 수작업을 통해 자연과 맞닿은 삶의 시간과 흔적을 옷에 담는다. 직접 수집한 빈티지 원단으로 완성한 원앤온리 피스 중심의 ‘워크’ 라인과, 다양한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보다 커머셜하게 구성한 ‘자고’ 라인, 두 가지로 전개한다.

자고류를 이끄는 디렉터 박현경은 천연염색과 유즈드 패브릭을 기반으로 브랜드의 방향을 설계한다.

자고류를 이끄는 디렉터 박현경은 천연염색과 유즈드 패브릭을 기반으로 브랜드의 방향을 설계한다.

자고류의 옷은 시간이 지날수록 입는 사람에 의해 완성되는 인상을 줍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듯, 옷 역시 시간을 입어요. 천연 소재를 기반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더욱 사용자의 생활과 시간을 깊이 담아낼 수 있다고 봐요. 천연 염색을 선호하는 것도 세월의 흐름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죠.


소량 생산 방식을 유지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천연 염색은 염료의 상태, 물의 온도, 날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대량생산과는 본질적으로 맞지 않아요. 한 벌 한 벌이 가진 색과 질감의 차이를 존중하고 싶고, 일상 속에서 천천히 스며드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소량 생산은 곧 자고류가 지키고 싶은 태도이자 속도인 셈이죠.



모든 라인을 원앤온리로 출시한 자고류의 첫 컬렉션.

모든 라인을 원앤온리로 출시한 자고류의 첫 컬렉션.



거주지가 불암산 부근이죠. 주변 환경이 실제 작업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자연은 제게 항상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예요. 다정하고 변함없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며, 제 작업의 목표 역시 그 지점에 닿아 있어요. 한여름에는 마리골드나 쪽을 수확해 염색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최근 가드닝에 관심이 생겨 룩북 촬영도 분재원에서 진행했죠. 빛을 인지하는 방식이 인간의 시각과 닮았다는 점도 자고류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움’과 맞닿아 있다고 느껴 필름 촬영을 했어요.


천연 염색의 ‘예측 불가능함’은 늘 어려운 주제예요.

천연 염색의 우연성은 자연과 닮은 것 같아요. 다만 작업을 이어가며 화면 속 색감과 완전히 동일한 결과를 기대하는 소비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천연 염색은 늘 동일한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부분을 이해시키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싶지만, 컬렉션 전체의 톤을 고려해야 할 경우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조정하는 편이에요. 현재는 데이터베이스를 쌓아 색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고요. 우연으로 얻은 색은 재현하기 어렵지만, 반복적인 테스트를 거친 색은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죠. 천연 염색의 특성을 지키면서도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어요.


유즈드 원단 또한 자고류의 정체성 중 하나죠.

기성 시장에서 접하는 원단들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어요. 반듯하고 매끈한 것보다 약간의 불규칙함과 흔적이 있는 소재에 끌리더라고요. 요즘 원단에서는 보기 힘든 거친 짜임과 러프함, 불균형이 오히려 인간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왔어요.


소재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요?

현시대와의 거리감, 그리고 사용자의 흔적이요. 특히 사용자의 손길이나 흔적이 남아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처음 접했을 때 디자인이 바로 떠오르나요?

손으로 만지고, 표면의 감촉과 무게를 느끼며 천과 친해지는 시간을 먼저 갖는 편이에요. 오랜 시간 유지된 형태의 원단을 해체하는 일이 늘 조심스럽죠.



유즈드 원단인 자수보와 리넨으로 제작한 스커트.

유즈드 원단인 자수보와 리넨으로 제작한 스커트.

천연 염색으로 구현한 블루 컬러 워크 재킷.

천연 염색으로 구현한 블루 컬러 워크 재킷.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작업 과정은 무엇인가요?

이미지 구상과 염색이에요. 자고류의 무드와 가치를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대중적인 주제를 다루는 브랜드는 아니기에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죠. 일상에서도 계속해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운전 중에 스폿을 발견하면 ‘이 장면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분위기를 단번에 바꾸는 염색도 중요해요. 큰 색감의 덩어리를 만드는 염색 과정이 작업의 인상을 가장 크게 결정짓거든요.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대상이나 기법이 있나요?

지승공예, 침선장, 모필장 등 자연과 닮은 태도로 작업하는 장인들의 모습이 인상 깊어요. 제가 장인이 되겠다는 목표보다는 그들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배우고 싶고, 동시에 이러한 한국적인 작업들을 아카이빙하고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요.


자고류의 옷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빈티지 패브릭이 주는 세월의 숭고함과 경이로움, 그리고 천연 염색이 가진 인간적인 편안함과 변화의 아름다움을 느껴봤으면 해요. 가능하다면 2가지 모두 경험해보길 권하고 싶어요.


자고류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무엇인가요?

여러 장인의 작업과 이야기를 기록하고 남기고 싶어요. 협업이나 프로젝트보다는 순수하게 그들의 삶의 노고를 다루고 싶죠.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개척하고, 제게 큰 울림을 준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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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김성재
  • 사진 자고류
  • 디지털 디자이너 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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