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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예술로 만드는 오트 쿠튀르 플라워 아티스트, 초이문 인터뷰

평범한 꽃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플라워 아티스트 초이문은 오트 쿠튀르 감성을 꽃에 입혀 예술로 풀어낸다. 그가 꽃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작업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를 공개한다.

프로필 by 정혜미 2025.06.17

“꽃은 생명이고, 사유이며, 나의 언어다.”
— 오트 쿠튀르 플라워 아티스트 초이문


꽃은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존재지만, 때로는 특별한 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최근 한 부케를 통해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정제된 형태, 절제된 색감,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의도가 인상 깊었다. 이 독특한 부케의 출처는 ‘초이문 아티산 플라워’였다. 브랜드명과 함께 등장한 ‘오트 쿠튀르 플라워’라는 표현은 다소 낯설지만, 그 표현은 이상하리만치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단순한 ‘예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깊이와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름다움의 배경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 부케를 만든 플라워 아티스트 초이문을 직접 만나, 그가 전하는 ‘꽃을 매개로 한 표현의 세계’에 대해 들여다봤다.


‘초이문 아티산 플라워’는 오트 쿠튀르 개념을 꽃에 접목한 브랜드이다. 그 시작이 궁금하다.

오트 쿠튀르 패션이 단순히 옷이 아닌 감정과 시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라면, 꽃 역시 자연이 만든 완벽한 예술이다. 두 매체가 가진 섬세함과 진정성이 새로운 언어처럼 다가왔고, 자연의 언어로 오트 쿠튀르 정신을 재해석하는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트 쿠튀르 정신을 플라워 아트에 적용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긴 철학은 무엇인가.

“무엇이 진정한 아름다움인가?”라는 질문을 늘 스스로에게 던진다. 오트 쿠튀르는 화려함 이상으로, 본질과 태도의 예술이다. 꽃은 짧은 생을 살지만, 그 안에 담긴 순간의 감정은 영원하다. 그래서 유행보다 본질을 마주하는 작업을 지향한다. 한 송이의 꽃에도 서사를 담고 시대와 인간, 자연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내 작업의 핵심이다.

'아티산(Artisan)'이라는 이름처럼 장인정신을 어떻게 실현하고 있나.

장인정신은 단지 기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진심으로 교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진정성, 유산, 지속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지킨다. 꽃의 생명력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창작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당신의 디자인은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자연스럽다. 디자인 기준과 방법을 말해준다면.

각 꽃의 고유한 리듬과 긴장감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어떤 꽃은 조용하고 투명한 결로 다른 요소를 감싸고, 또 어떤 꽃은 강한 존재감으로 중심이 되기를 원한다. 이러한 꽃들의 성향을 파악해, 그들 사이의 균형을 찾는다. 서로 다른 질감과 크기의 꽃들이 어떻게 하나의 유기적 흐름을 만들 수 있는지 탐구한다.

꽃을 다룰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감각은 무엇인가?

시각적인 요소, 특히 색과 질감을 가장 중시한다. 색채는 꽃의 영혼이고, 질감은 그것이 세상과 닿는 방식이다. 물론 향도 중요하다. 향은 기억을 환기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매개체이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완전한 작품이 탄생한다.

플라워 아트가 예술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창작자의 고유한 시선과 철학이다. 기술적으로 아무리 뛰어나도 창작자의 사유가 없다면 예술이 될 수 없다. 나는 꽃을 통해 인간 존재의 감정, 희망, 상실을 이야기하고 싶다. 단순히 '예쁘다'는 인상을 넘어서, 감정과 감각의 깊이를 자극하기를 바란다.

인상주의 화가 모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들었다. 그의 작품이 창작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빛과 그림자, 색채의 흔들림 속에서 찰나의 진실을 포착한 모네의 감수성과 무한한 관조의 태도에 늘 감동한다. 특히 <수련> 연작은 하나의 철학적 세계처럼 다가온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수련> 앞에 섰을 때,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림 속 수련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그 위를 스쳐 가는 바람, 수면에 비친 하늘, 흔들리는 물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는 존재의 떨림이었다. 그 순간의 감각을 늘 마음속에 품고 있다.

플라워 아티스트의 집이라면 늘 꽃이 가득할 것 같다. 실제로는 어떤가.

오히려 여백이 많은 공간을 선호한다. 꽃으로 가득 채우기보다는, 꽃이 깊이 숨 쉴 수 있도록 여유 있게 배치한다. 한 종류의 꽃을 절제되게 꽂거나, 오키드 같은 구조적인 식물로 구성하는 방식도 좋아한다. 꽃은 곁에 자연스럽게 머물 때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초이문 아티산 플라워 클래스'는 일반적인 클래스와 결이 다르다고 들었다.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감각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기획한다. 특히 프라이빗 원데이 클래스는 이 감각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계한다. 수강생은 소수 정원으로 구성해 플로리스트와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게 하고, 엄선된 꽃으로 자신의 감각을 담아 디자인을 구현하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목표와 계획을 말해달라.

꽃을 통해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적 감각과 위로를 경험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시, 협업,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누구나 꽃을 가까이에서 즐기며 자신만의 감정과 영감을 발견하도록 돕는 일이 나에겐 커다란 의미다.


오트 쿠튀르 플라워 아티스트 초이문 앞에서는 꽃을 단순히 ‘예쁜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이 달라진다. 그는 꽃을 매개로 인간, 자연,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하며, 한 송이의 꽃에도 장인정신을 담아낸다. 그의 작업은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깊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Credit

  • 에디터 정혜미
  • 브랜드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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